(시론)인간의 전쟁 성향은 본능인가
2026-04-13 06:00:00 2026-04-13 06:00:00
트럼프 대통령은 4월2일 2~3주 더 이란을 강타해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을 것이라며 종전이 아닌 확전을 선언했다. 4월8일에는 2주간 휴전에 합의했다. 전쟁은 시작하기는 쉬워도 끝내기는 어렵다는 속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전쟁은 인간 안에 자리 잡은 공격 본능이 집단화해 점화되지만 일단 시작되면 폭력이 자가 증폭되면서 최초의 동기들은 잊히고 감정적 적대감만이 지배한다. 패권국의 상처 난 자존심과 패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은 전쟁을 끝낼 수도 없는 수렁(국제정치에서 말하는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뜨린다. 공격 본능에 기반한 인간의 전쟁 성향은 극복할 수 없는 인간 본성일까?
 
1973년에 노벨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로렌츠는 동물의 공격성을 연구했고 그의 제자 아이블 아이베스펠트는 이를 바탕으로 전쟁의 생물학적 기원에 관해 연구했다(『평화와 전쟁의 생물학』). 이들은 인간의 공격성은 동물의  영역 방어와 자원 확보를 위해 진화한 본능에서 유래했다고 봤다. 그런데 동물의 공격성은 동종끼리(고양이와 다른 고양이) 싸움인 경우와 다른 종(고양이와 쥐) 간 싸움인가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동물들은 동종 싸움에서는 생물학적 살해 억제(inhibition)가 작동해 다른 개체들을 공격하더라도 치명적 죽음에 이르게 하지 않도록 진화했다. 바다이구아나는 짝짓기 철이 되면 수컷들은 각자 바위 위에 일정한 영역을 표시하는데, 이 영역에 다른 수컷이 침범하면 영역 본능이 작동해 싸우지만 싸워도 날카로운 이빨로 깨물어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히지 않는다. 이들은 서로에게 겁을 주면서 자신의 덩치를 크게 보이면서 서로를 밀어낸다. 이렇게 밀어내기에서 상대가 물러서면 싸움은 끝난다. 싸움에서 진 쪽은 바닥에 배를 납작하게 엎드려서 복종하는 자세를 취하면 승자는 곧 바로 공격을 중지한 다음에 패자가 물러갈 때까지 위협적 자세를 취한다.
 
인간도 인간끼리(동종 간) 싸울 때는 살해 억제가 작동한다. 그러나 진화 과정에서 억제 본능을 무력화하는 여러 조건들이 발생했다. 아이베스펠트는 이런 조건들로 “원거리 무기”의 사용과 “거짓 종 분화(pseudospeciation)”를 들었다. 원거리 무기(창이나 화살)가 생기면서 인간은 다른 인간을 쉽고 빠르게 죽이는 일이 가능해졌다. 원래 인간은 타인을 직접 공격할 때 상대의 고통스런 표정, 비명, 피를 보면 공감 능력으로 인해 자신도 심적 고통을 느낀다. 현대 뇌과학에서는 이런 공감을 인간 뇌에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느끼는 거울신경이 있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인간이 맨손으로 사람을 살해할 때는 상대의 고통을 그대로 느껴 스트레스를 받지만 무기를 사용하면서 상대와의 거리감이 유지되어 스트레스를 받지 않거나 완화된다. 이는 원거리에서 작동되는 무기일수록 더 그렇다. 창보다는 총, 총보다는 미사일이 인간의 공감 기능을 더욱 무력화한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순항 미사일 공격으로 여자 초등생 175명이 사망했다. 명령을 받은 누군가 멀리 떨어진 함정에서 버튼을 눌렀겠지만 그가 현장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았다면 맨정신으로 명령을 수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인류의 무기기술은 너무 빨리 진화한 반면에 인간의 생물학적 억제 본능은 여전히 무기가 없었던 ‘맨손’ 시대에 머물러 있다.
 
원거리 무기 발명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같은 종인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다른 ‘종’인 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사회·문화적 기제에 있다. 이것이 아이베스펠트가 말한 “거짓 종 분화”이다. 상대를 다른 종으로 인식하게 만들면, 뇌에서 작동하던 ‘동종 살해 억제 본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아 인간은 다른 포식자보다 훨씬 잔혹해진다. 상대를 인간 이하의 ‘악마’나 ‘괴물’로 낙인이 찍힌 적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니라 ‘방역’이나 ‘퇴치’처럼 느낄 수 있게 된다. 원시사회의 부족 전쟁을 포함해 현대전까지 전쟁은 사실 ‘가짜 종 분화’가 완료된 집단 간 충돌이었다. 적을 비인간화하는 선동에 세뇌된 군인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적을 죽일 수 있게 된다. 동물이 다른 종을 공격할 때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급소를 공격하듯 심리적으로 다른 종끼리의 싸움으로 변질된 전쟁에서는 항상 상대의 급소를 겨냥한다.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를,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급소로 생각하고 여기를 공격했다.
 
지난달 2월 이란 남부 호르모즈간주 미나브에서 구조대와 주민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파괴된 여자 초등학교에서 희생자를 수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다면 인간의 전쟁 성향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아이베스펠트는 인간 본성에는 동물의 공격성과 아울러 진화의 나중 단계에서 형성된 사교성이 병존한다고 보았다. 인간은 집단 규모가 커지면서 인간의 공격성을 집단 방어와 집단 결속을 위해 쓰게 되는데, 이는 사실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능에서 나온 것이다. 집단 방어는 새끼를 돌보는 포유류에게서만 나타난다.
 
사교성과 공격성이 병존하는 인간에게 둘 중 어떤 본성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인간은 전쟁의 문화도 평화의 문화도 만들어갈 수 있다. ‘가짜 종 분화’가 사회·문화적으로 진화했고, 정치지도자가 집단을 내외 집단으로 구분해 한쪽을 악마화하는 선전선동을 통해 전쟁을 일으켜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히틀러는 독일 국민을 아리아인과 유대인으로 구분해 유대인을 비인간화한 끝에 결국 전쟁을 일으켜 국가를 파멸시켰다. 가짜 종 분화를 조장하는 정치가의 선동에 휘둘려서도 안 되고 그런 정치가가 국가지도자가 되도록 방치해서도 안 된다. 인종적·문화적 차이에도 인류는 하나의 생물학적 종이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교육하고 교류해야 한다. 인간의 생물학적 공격성과 사교성에 유의하면 전쟁이나 평화를 선택하는 것도 극복할 수 없는 본능의 문제가 아니고 의식적 의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김근배 숭실대 명예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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