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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광통신 기업
빛과전자(069540)가 본업 부진 속에서도 외부 조달 자금을 신설 부동산 자회사에 집중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력 사업인 광통신 부문은 3년 연속 적자를 냈고 매출과 연구개발비도 줄었지만 빛과전자는 전환사채(CB)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프레스티지개발에 빌려줬다.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자금이 본업이 아닌 다른 곳으로 먼저 투입되면서 이사회의 자본배분 판단을 둘러싼 의문이 커지고 있다.
(사진=빛과전자)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빛과전자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규모는 2023년 93억원에서 2024년 103억원, 2025년 165억원으로 확대됐다. 주력 제품인 이동통신용 광모듈(ODL) 매출도 같은 기간 182억원, 148억원, 121억원으로 감소했다.
연구개발비도 꾸준히 줄었다. 빛과전자의 연구개발비는 2023년 40억원, 2024년 25억원, 2025년 13억원으로 감소했다. 광통신 사업의 성장성과 기술 경쟁력이 중요한 업종 특성을 감안하면 본업 투자 여력이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적자 본업 주춤한 사이…조달 자금은 부동산 자회사로
반면 자금 조달은 이어졌다. 빛과전자는 지난해 13회차 110억원, 14회차 4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케이헤드조합을 대상으로 44억원, 56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도 진행했고 10억원 규모 공모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올해 초에는 비엔에스조합 등 3개 조합을 상대로 220억원 규모 유상증자도 단행했다.

이렇게 확보한 자금은 본업보다 프레스티지개발로 향했다. 빛과전자는 올해 초 프레스티지개발에 총 120억원을 빌려줬고, 누적 대여금은 260억원에 달한다. 프레스티지개발은 2025년 중 부동산 개발·매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종속회사다. 사업보고서상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60.18억원, 부채 152.47억원, 매출 0원, 당기순손실 2.29억원을 기록했다.
프레스티지개발은 이후 KH그룹 산하 케이에이치강원개발로부터 강원 평창군 소재 토지 20필지를 280억원에 매입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빛과전자가 조달한 자금이 광통신 사업 경쟁력 회복보다 부동산 관련 자산으로 먼저 흘러간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사업목적 바꾸고 발행 여력 확대…이사회 판단에 쏠린 시선
최대주주 변경 이후 회사의 사업 구조도 달라졌다. 빛과전자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상 사업목적에 부동산 시행·건설업과 골프장 운영업을 추가했다. 이어 CB 발행 한도를 1000억원 늘리고 전환가액 최저한도를 발행 시 가격의 70% 미만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신설했다. 자금 조달 여력을 키우는 동시에 비핵심 사업 확장 통로도 넓힌 모양새다.
이 때문에 시장의 관심은 이사회 판단으로 쏠린다. 주력 사업 매출이 줄고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라면 생산과 영업, 연구개발 등 본업 회복을 위한 자금 집행이 먼저 검토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빛과전자는 외부에서 끌어온 자금을 매출이 없는 신설 부동산 자회사에 우선 투입했다. 상장사의 자금조달이 주주가치 희석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이사회가 어떤 기준으로 자금 집행 우선순위를 정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를 두고 인수기업의 이사회 장악과 운영 과정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 체계가 보다 촘촘해질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빛과전자의 경우 정관 변경과 이사회 교체를 거쳐 자금 조달과 운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형식적으로는 법 테두리 안에 있다. 다만 실질적으로는 인수 이후 상장사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구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거론된다. 소액주주 보호는 물론 인수·합병(M&A) 시장의 신뢰를 위해서도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IB토마토>에 “M&A는 본래 합병 이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두 기업의 협력을 본래의 목표로 하고 있지만, 몇몇 경우에선 인수기업이 피인수 기업을 조달 창구로 활용하는 경우가 나타난다"라며 "편법적인 이사회 교체와 정관 변경을 통한 피인수 기업 자산 유출 시도를 막을 당국 차원의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주가 흐름도 이런 논란에 힘을 싣고 있다. 빛과전자는 지난 15일 투자경고종목 지정 이후 2거래일간 40% 이상 급등하면서 하루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광통신 업황 기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공시상 드러난 자금 흐름은 본업 강화보다는 다른 쪽에 가까웠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빛과전자 주주게시판 캡쳐 내용 (사진=네이버)
업계에서는 빛과전자의 최근 행보를 단순한 사업 다각화로만 보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적자 누적 국면에서 조달 자금 상당 부분이 본업과 거리가 있는 자회사로 이동한 데다 회수 구조와 수익 실현 경로도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CB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은 향후 전환주식 출회와 지분 희석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소액주주도 예민하게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IB토마토>는 빛과전자 측에 프레스티지개발 대여의 구체적 목적과 회수 계획, 본업 투자와의 우선순위 판단 기준, 향후 광통신 부문 투자 계획 등을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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