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축산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료 위기는 단순한 비용 상승 문제가 아니다. 일부 농가에서는 사료 공급 차질로 가축이 폐사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고, 보다 일반적으로는 사료비 급등으로 인해 생산성 저하와 경영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배합사료 가격 상승으로 한우 농가의 월 사료비가 1000만원을 넘는 사례가 등장했으며, 산란계 농가에서는 사료 섭취 감소로 산란율이 떨어지는 등 ‘보이지 않는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개별 농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축산업 구조 전반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경고다.
그러나 이 위기가 모든 축산농가에 동일하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영세·중소 농가들은 사룟값 상승을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떠안으며 생존을 걱정하고 있지만, 일부 대규모 축산농가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룟값이 오르면 결국 출하 가격을 올리면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축산물 가격은 일정 시차를 두고 상승하며,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물가는 상승하고 외식·가공식품 가격까지 연쇄적으로 오르며 국민경제 전반에 부담을 준다. 일부 대규모 농가들은 충분한 자산 여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산업 전반의 구조적 리스크에는 둔감한 모습마저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축산업의 근본적인 취약성은 분명하다. 사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옥수수와 대두 같은 주요 사료 원료는 해외에서 들여와야만 하고, 곡물자급률은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곧바로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환율이나 물류 상황이 흔들리면 공급 자체가 불안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 정세 불안은 이러한 취약성을 반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구조를 바꾸지 않았다. 축산업은 농업 생산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그 기반인 사료는 외부에 의존한 채 유지되어 왔다. 값이 쌀 때는 수입에 기대고, 위기가 오면 가격 인상으로 버티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산업 내부의 양극화와 소비자 부담 전가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겨울 내내 소에게 먹일 소 사료를 준비 중인 농촌 모습. (사진=뉴시스)
이제는 분명한 전환이 필요하다. 사료 자급 기반을 확충하는 것은 물론, 축산업 내부의 구조적 불균형까지 함께 바로잡아야 한다. 첫째, 사료작물 생산 확대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 논과 유휴농지를 활용한 조사료 생산을 늘리고, 지역 단위 생산·유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볏짚과 식품 부산물 등 농업 자원을 사료로 활용하는 순환형 농업 체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자원을 버리면서 수입 사료에 의존하는 구조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셋째, 사료 비축과 수급 관리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사료용 곡물 역시 전략 물자로 인식하고 위기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넷째, 축산물 가격 결정 구조의 투명성을 높여 비용 상승이 일방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지금의 사료 위기는 단순한 수급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축산업의 취약한 기반과 왜곡된 구조를 드러내는 신호다. 일부는 여유를 누리고, 일부는 생존을 걱정하며, 결국 소비자가 부담을 떠안는 구조는 지속될 수 없다. 사료가 흔들리면 축산이 무너지고, 축산이 무너지면 물가와 민생이 흔들린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구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사료 자급화와 구조 개혁은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바꾸지 않으면, 다음 위기에서는 그 대가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원호 부산대학교 교수, 한국농식품정책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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