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법원과 조세심판원이 국내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의 해외 결제대행 거래를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인 외국환 업무로 판단하면서 국세청의 과세 시도가 어려울 전망입니다. 금융위원회의 낡은 유권해석으로 시작된 알리페이 등 해외 PG사들의 면세 영업이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법부 "외국환 업무는 면세"…국세청 과세 '제동'
1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조세심판원과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국세청이 수년 전 국내 주요 PG사들을 상대로 통보했던 부가가치세 소급 과세 처분과 관련해 “이들의 본연 업무가 면제 대상인 외국환 업무”라고 판단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1월 국내 PG사가 국세청을 상대로 낸 과세 불복 청구에서 PG사의 손을 들어주는 '경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PG사가 전문외국환업무취급업자로 등록됐고, 서비스 본질이 통화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업무(외국환 업무용역)'에 해당해 부가세 면제 대상이 맞다는 결론을 내린 것입니다.
행정법원도 같은 해 8월 "해외 PG사에 제공한 결제 데이터 중계 및 송금 서비스는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전문외국환업무취급업자의 외국환 업무용역에 해당한다"며 "이는 부가가치세법상 면세 대상으로 정한 금융·보험 용역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국세청 과세 조치가 해외 PG사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국내 사업장이 없는 해외 법인을 직접 규제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던 만큼 이들과 계약한 국내 PG사를 압박해 우회적으로 세원을 포착할 수도 있었다고 해석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PG사들의 해외 결제대행 서비스 관련 수익에 대한 세금을 물으면, 해외 PG사들의 국내 가맹점 수수료에 대해서도 세금을 물어야 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알리페이, 위챗페이, 유니온페이, 페이팔 등 해외 PG사들은 '외국인 대상 영업은 전자금융업자 등록 대상이 아니다'라는 10여년 전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전자금융업자로 미등록 상태로 국내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거둬들이고 과세 의무는 비껴가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이 해외 PG사에 사실상 ‘면죄부’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 PG사는 "우리와 계약한 국내사의 업무조차 면세인데, 하물며 외국법인인 우리에게 과세할 근거가 있느냐"는 강력한 법적 방패를 얻게 됐기 때문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PG사들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은 아니나, 결과적으로 해외 PG사의 조세 회피 지적에선 유리한 내용의 판결"이라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앞서 국세청은 2023년 11월 해외 결제대행 서비스를 운영하는 국내 PG사에 "영세율은 해당하지 않는다"며 부가세 적용 대상으로 분류하며 관련 수수료 수입(매출)에 대한 과세를 통보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과거 5년 치(2017~2022년) 부가세를 소급 과세하고 가산세까지 추가 지급을 요구했지만, PG사들은 이에 반발해 조세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본래 국내 PG사들은 지금까지 부가가치세를 신고할 때 해외 결제대행 서비스 매출을 '영세율'로 신고해 왔습니다. 영세율은 용역을 국외에서 공급해 외화를 획득한 경우 부가세 10%를 감면해 0%의 세율을 적용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그간 PG사들은 해외 결제 수수료에 대해 영세율 신고로 비과세 상태였고, 국세청 역시 정기·수시 세무조사에서 문제를 삼은 적은 없었습니다.
국세청은 과세 형평성과 업종 분류에 근거해 과세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한국표준산업분류상 PG업은 면세가 적용되는 금융업이 아닌 금융지원서비스업이기에 부가세법상 금융·보험 용역 면세 대상이 아니라는 점과 결제 정보를 전송하고 대금을 수취해 재송금하는 핵심 업무 자체가 국내 사업장에서 이뤄지므로 이를 국외 공급 용역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형식적인 업종 분류보다 업무의 실질적 본질에 주목했습니다. 외국환 거래를 중개하는 기능이 핵심이라면 금융·보험 용역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이로 인해 국세청의 과세 논리는 법리적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됐습니다.
'유권해석 방치'가 키운 규제·과세 공백
국세청의 과세 시도가 법리의 벽에 부딪혀 좌절되면서 시장의 시선은 제도 공백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금융위원회로 향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하반기 해외 간편결제 사업자의 무등록 영업을 차단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검토했으나, 국회 법제실은 "입법에 앞서 금융위의 유권해석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견해를 내놨습니다. 현행법이 이미 국적과 관계없이 등록 여부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추가 입법 없이 정책적 결단만으로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취지였습니다. 이는 역설적으로 해외 PG사의 무등록 상태가 법령의 미비가 아닌 당국의 행정 개선 의지의 부재에서 기인한 문제임을 시사하는 대목입니다.
해외 PG사가 10년 넘게 무등록·무관세 특혜를 향유한 온상은 과거 2014년 금융위가 내린 유권해석에 있습니다. 당시 당국은 외국인 관광객 대상 서비스라는 협소한 프레임에 갇혀 이들에게 등록 의무 면제라는 특혜를 부여했습니다.
현행 부가가치세법 제75조에 따르면 국세청은 금융위에 등록된 업체에 한해서만 가맹점 결제대행 자료를 수집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가 이들을 미등록 지위로 방치하면서 과세당국은 이들의 실질 수익 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국세청은 국내 파트너사를 상대로 과세 형평성을 확보하려 했으나, 사법부가 업무의 본질을 면세 대상인 외국환 업무로 규정하면서 당국의 조세 행정 역시 사실상 마비된 형국입니다.
결국 금융위가 과거의 유권해석을 고수하는 동안에 해외 PG사들은 국내 가맹점 인프라를 잠식해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올리면서도 과세를 피하는 구조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이는 자본금 요건, 보안 규제, 선불충전금 보호 의무 등 엄격한 전금법상의 규제 비용을 감내하며 성실 납세 중인 국내 결제사들과의 심각한 역차별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언급됩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의 결자해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강경훈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해외 결제 수단이 국내 결제 시장의 주류로 부상했음에도 당국이 이를 방치한 결과가 극심한 조세 불평등으로 나타났다"며 "금융사고 예방과 과세 주권 회복을 위해 금융위가 조속히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금융위원회 간판(왼쪽)과 조세심판원. (사진=금융위원회, 조세심판원, Gemini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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