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석 기자] 외국인 노동자의 항문에 에어건을 분사해 부상을 입힌 경기 화성시 한 도금업체 대표가 결국 구속됐습니다. 그런데 이 대표는 과거에도 노동자들을 상습 폭행, 사과까지 했으면서도 결국엔 이번에 더 잔인한 범행까지 저지른 걸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월20일 태국 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에어건 학대'를 당한 경기도 화성시 소재 도금업체. (사진=연합뉴스)
29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법은 전날인 28일 특수상해 등 혐의를 받는 도금업체 대표 A씨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A씨는 지난 2월20일 업체에서 근무 중이던 태국 국적의 외국인 노동자 B씨(50대)의 항문에 에어건을 분사한 장본인입니다. B씨는 이 일로 장폐색 등의 중상을 입었고, 사건 발생 두 달이 넘은 지금까지도 치료를 받는 중입니다.
폭행 피해자 더 있다…사과 후에도 멈추지 않은 괴롭힘
그런데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A씨는 폭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B씨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에 따르면, A씨는 과거에도 자기 사업장에서 일하는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을 주기적으로 폭행했습니다. 지난 2024년엔 태국 국적의 20대 노동자가 머리를 맞고 발로 차이는 등의 괴롭힘을 당하다가 입사 6개월 만인 그해 8월 일을 그만뒀습니다. 사실상 그의 업체에서 일한 모든 외국인 노동자가 피해자였던 셈입니다.
이후 A씨는 폭행을 당한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사과했습니다. 그럼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는 겁니다. A씨는 도금업체의 대표였던 탓에 누구도 그의 폭행을 저지할 수 없었던 걸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문제의 도금업체는 A씨와 그의 아들이 운영하는 소규모 가족기업 형태로, 10명 남짓한 직원은 대부분이 외국인이었습니다. 불법체류 등의 이유로 신분이 불안정한 외국인 노동자 입장에선 A씨의 폭행을 문제 삼았다가는 일자리를 잃을 판이었습니다. 본국으로 강제송환될 상황을 우려해 경찰이나 노동당국에도 신고조차 하지 못했을 정도입니다.
조 변호사는 "A씨의 폭행에 대해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니까 폭력의 수위가 점차 높아진 걸로 보인다"며 "결국 에어건 학대 사건과 같은 범행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한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 역시 "에어건 학대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A씨로부터 폭행을 당한 노동자가 더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들로부터 진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며 "에어건 학대에 따른 기존 특수상해 혐의에서 더해 폭행 혐의를 추가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지난 2월20일 태국 국적 외국인 노동자가 '에어건 학대'를 당한 경기도 화성시 소재 도금업체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끊이지 않는 외국인 노동자 직장 내 괴롭힘…대책 시급
에어건 학대 사건이 알려진 뒤 국민들은 그 잔학함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엄중 대처를 주문한 바 있습니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7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사회적 약자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과 차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중대범죄'라면서 경찰과 노동당국에 엄정 대응을 지시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또 "이주노동자는 함께 미래를 열어갈 소중한 동반자이며, 마땅히 존엄을 보장받아야 할 인격체"라면서 산업 현장에서 다친 이주노동자에 대해선 체류 자격에 상관없이 국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주문했다고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괴롭힘이 끊이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우다야 라이(네팔 출신)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폭행 등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매번 촬영할 수도 없으니까 사업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정황을 밝히기 위한 증거는 거의 없는 셈"이라며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은 괜히 경찰에 신고했다가 자칫 일자리를 잃거나 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사업주에게 복수를 당할까 두려워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은정 이주민센터 친구 이사는 "지난해 전라남도에서 네팔 국적의 20대 외국인 노동자가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하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렇게 문제가 밖으로 알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국인처럼 자유롭게 이직하거나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다. 괴롭힘을 벗어날 수 없는 구조다. 고용허가제를 손보지 않으면 외국인 노동자들은 괴롭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수도권의 한 이주민 지원단체 관계자는 "공장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마치 하인이나 종처럼 여기는 사업주들이 많다. 이들에게 외국인 노동자도 인권을 가진 사람임을 깨닫도록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지난 24일부터 에어건 학대 사건이 벌어진 도금업체의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아무런 답신이 없었습니다.
박진석 기자 ptba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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