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신태현 기자] 이재명정부 2년차를 맞아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구조 전환이 본격화하리란 전망이 나옵니다. 정부가 지난 1년간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를 기폭제로, 허가 및 심사 기간 단축, 관련 예산 확충 등 신약 연구개발 중심의 산업 전환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온 만큼 더 본격적인 관련 산업 체질 개선에 나설 수 있다는 겁니다. 이는 곧 기업들이 내수 제네릭(복제약)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를 탈피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제약바이오 산업을 제네릭에서 연구개발(R&D)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기조는 예견된 바였습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바이오의약품 수출 2배 달성 △블록버스터급 신약 3개 창출 △임상시험 세계 3위 달성 등의 목표를 제시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규제 혁신 및 정책 지원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관련해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35조3000억원의 역대 최대 규모로 책정됐습니다. 정부 행정에 인공지능(AI) 도입을 본격화한 점도 제약바이오 산업의 변화를 앞당기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일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허가 및 심사에 AI를 도입, 기존보다 더 빠른 업무 처리를 예고했습니다. 이 같은 부양책에 탄력을 받아 지난해 국내 바이오 기술수출 규모가 약 145억달러(약 20조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집권 2년차를 맞아 제네릭 중심에서 R&D 중심의 제약바이오 산업 구조 전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지난 9월 5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바이오 혁신 토론회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의 모습. (사진=대통령실)
우려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제네릭 약가 인하를 골자로 한 약가제도개편 시행을 두고 기업들은 매출 하락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제도의 골자는 제네릭 약가 산정 비율 상한선을 현행 오리지날 의약품 대비 53.55%에서 40%로 낮추는 것입니다. 중소 제약사의 경우 전체 매출의 80~90%가 제네릭에서 나오기 때문에 파급은 생각보다 크리란 전망이 나옵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약가 인하제도는 건강보험 재정 측면에서 도움이 되지만 산업 발전에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만큼 기업들의 고통 분담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연구개발(R&D) 중심의 혁신형제약기업을 위한 인센티브도 있지만, 이는 기존 제네릭 약가 유예 수준이라 한계가 있습니다.
코스닥 시장의 이른바 ‘동전주’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관리’도 예상됩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증시 부양책에 탄력을 받아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공모주 투자 열풍이 불었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코스닥을 뒤흔든 삼천당제약의 불성실공시 사례 때문입니다. 이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낮은 신뢰도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사건으로, 이후 코스피 8000까지 소위 ‘불장’ 상황에서조차 제약바이오 섹터는 부진을 면치 못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 TF가 향후 내놓을 가이드라인은 주가 부양을 위해 실적 부풀리기 공시 및 언론보도를 일종의 관행처럼 이어온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일종의 ‘관리’로 작동하리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관측됩니다.
정부 거버넌스, 다소 아쉽다…규제·제도·재원 해결돼야
지난 4월 출범한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바이오 정책 전반을 심의하는 기구입니다. 이 위원회는 최상목 전 대통령 권한대행 당시인 작년 1월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로 출범했지만, 이재명정부에서 국무총리 소속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로 개편됐습니다. 주무부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재정경제부로 이관됐습니다.
묵현상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장은 “윤석열정부로 접어들면서 유명무실한 위원회 대신 제대로 좀 해보자는 취지로 출범했지만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이재명정부에서 위원회가 가동돼 범정부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기틀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리더십 한계를 극복하려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해야 한다는 업계의 오랜 요구로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설치됐지만, 이를 다시 총리 중심으로 재출범시켰다”며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와 대조적으로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화된 것으로 보여 아쉽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재명정부 2년 차에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이른바 ‘블록버스터 신약’에 대한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묵현상 전 단장은 “정부는 임상시험 3상 지원을 위한 펀드를 조성해 세계 시장 진출을 도전하자고 하지만, 관건은 어떻게 세계 시장에 안착할 제품인지를 선정하느냐”라고 꼬집었습니다.
정윤택 원장은 “식약처의 심사인력 확충이 산업 지원이 아닌 새 규제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지 업계의 걱정이 크다”면서 “성공 가능성이 높은 신약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성공불융자 제도 등을 도입해 산업의 시너지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규제, 제도, 재원 해결 등이 맞물려야 이재명 정부 2년차에 제약바이오 산업의 체질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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