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윤석열·김용현, 15개월간 '상습 재판지연'…궐석재판·기피신청에 서증조사 질질 등 23회
불출석·서증조사·재항고…내란 재판 23차례 지연 논란
법조계 "기피신청 반복 땐 법원도 지연 목적 엄격 판단"
2026-06-05 17:10:14 2026-06-05 17:12:33
[뉴스토마토 정주현 기자] 내란 사건으로 15개월가량 재판을 받는 윤석열씨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한 절차상 꼼수를 최소 23차례나 쓴 걸로 집계됐습니다. 1심에서 했던 불출석과 재판부 기피신청, 장시간 서증조사 진행 등은 항소심에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란을 일으킨 핵심 피고인들이 반성은커녕 법의 빈틈을 이용해 사법절차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해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신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석열씨는 2025년 2월20일 내란 사건 '본류'로 불리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이 시작된 이래 1심과 항소심을 거치며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한 시도가 총 18건이나 됩니다. 구체적으로는 △15회 연속 불출석 △장시간 서증조사 △항소심 재판부 기피신청 △기피신청 기각 결정에 대한 재항고 등입니다.
 
지난해 2025년 1월16일부터 내란중요임무종사 재판을 받는 김 전 장관 역시 1심과 항소심에서 △1심 재판부 기피신청 △장시간 서증조사 △항소심 재판부 기피신청 △기피신청 심리 재판부에 대한 재기피신청 △재항고 등 5건의 재판 지연 전략을 펼쳤습니다. 

윤석열, 15회 연속 불출석에 '11시간 서증조사'
 
윤씨는 2025년 7월10일부터 10월20일까지 내란 1심 재판에 15회 연속 불출석했습니다.
 
2025년 7월17일 11차 공판에서 윤씨 측은 "특검이 공판에서 배제되지 않는 한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윤씨가 재구속 직후인 7월10일 10차 공판에 이어 두차례 연속 불출석하자, 특검은 "피고인은 공판기일에 출석할 권리와 동시에 출석할 의무를 갖는다"며 구인영장 발부를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윤씨가 나오지 않자 10차 공판에 이어 11차 공판도 '기일 외 증거조사' 방식으로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2025년 8월11일 13차 공판에선 윤씨의 불출석이 4회 연속 이어지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가 형사소송법 277조의2(피고인의 출석거부와 공판절차)에 따라 피고인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불출석에 따라 불출석 재판으로 진행하겠다. 피고인은 이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라고도 했습니다.
 
윤씨의 불출석이 반복되자 재판부는 기일 외 증거조사와 궐석재판 방식으로 공판을 이어갔습니다. 두 절차는 재판 공전을 막기 위한 조치였지만, 핵심 피고인의 장기 불출석으로 정상적인 공판 진행 방식이 바뀌었다는 점에서 재판 지연 논란의 한 축으로 지적됩니다.
 
형사소송법 제277조의2 제1항에 따르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재판에 출석을 거부하고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 피고인 없이 재판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윤씨 없이 궐석재판을 이어갔습니다. 핵심 피고인인 윤씨가 법정에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 기간 재판이 진행된 셈입니다.
 
윤씨 측은 올해 1월13일 1심 결심공판에서 11시간11분 동안 서증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서증조사는 증거서류를 조사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절차입니다. 통상 결심공판에서는 검찰 구형과 피고인 최후진술, 변호인 최후변론이 함께 진행됩니다. 그런데 당시는 하루 대부분이 서증조사에 할애됐고, 검찰 구형도 미뤄진 채 재판이 밤늦게까지 이어졌습니다.
 
윤씨 측은 항소심에서 재판부 기피신청까지 냈습니다. 윤씨 측은 5월13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2-1부 법관 3명에 대해 기피신청을 했습니다. 해당 재판부가 앞선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사건 항소심에서 비상계엄과 후속 조치를 내란으로 판단해 예단을 가졌다는 취지였습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5월20일 윤씨 측 기피신청을 기각했습니다. 그러자 윤씨 측은 5월26일 기각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장을 냈습니다. 사건은 대법원 2부에 배당된 상태입니다. 대법원 판단 전까지 윤씨 내란 항소심 본안 심리 재개 시점은 현재까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김용현도 지연 전술…기피신청에 또 기피신청
 
김 전 장관도 유사한 대응을 이어왔습니다.
 
김 전 장관은 지난해 9월18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1심 재판 도중 특검의 증인신문 방식과 수사기록상 가명 사용 등을 문제 삼아 재판부 기피신청을 냈습니다. 특검은 "명백한 소송 지연 행위"라며 반발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같은 달 30일 기피신청을 취하했고, 그 사이 재판 절차가 중단됐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은 올해 1월9일 결심공판에서도 장시간 서증조사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 측 서증조사와 최종변론, 특검 구형, 피고인 최후진술을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김 전 장관 측 서증조사 등이 길어지면서 윤씨 측 서증조사와 변론, 특검 구형, 피고인 8명의 최후진술은 1월13일로 미뤄졌습니다.
 
항소심에서도 김 전 장관 측은 윤씨 측과 같은 재판부를 상대로 기피신청을 냈습니다. 그런데 기피신청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대해서도 기피신청을 했습니다. 법원은 재기피신청에 대해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고 보고 간이기각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은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을 때 기피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기피신청이 있으면 원칙적으로 소송 진행은 정지됩니다. 다만 소송 지연 목적이 명백한 경우에는 신청을 받은 법원이나 법관이 이를 기각할 수 있습니다.
 
반복된 기피신청과 장시간 서증조사, 불출석으로 결심 절차가 연기되고 항소심 본안 심리가 중단되면서 피고인 측의 절차 활용이 재판 지연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법조계에서는 기피신청과 장시간 서증조사 자체를 곧바로 위법한 절차로 볼 수는 없지만, 같은 방식이 반복될 경우 법원이 방어권 행사인지 소송 지연 목적인지 더 엄격하게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기피신청은 통상 인용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반복될 경우 결과적으로 재판 지연 전략으로 비칠 수 있다”며 "재판에 마이너스 요소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장시간 서증조사도 방어권 행사 범위 안에 있지만, 예정된 구형이나 최후진술이 미뤄질 정도라면 재판 지연 전략으로 봐서 유리하지 않은 사항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