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금융위원회가 가계대출 총량 규제에 나서면서 잔금대출 등 집단대출이 제한되며 서민과 실수요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등 비판 여론이 커지자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취약계층과 실수요자를 위한 핀셋 지원 방안을 내놓기로 했는데요. 총량 규제 예외를 두는 방식이 유력해 보입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 정무위원회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 유관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22대 후반기 국회 원구성 이후 처음 열리는 보고입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 기조와 이에 따른 서민·실수요자의 자금 조달 애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국무조정실 업무보고에 이어 이날 금융위 업무보고에서도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와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집중 추궁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재명정부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규제를 단계적으로 강화해왔습니다. 지난해 6월 '6·27 대책'으로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데 이어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했고, 올해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낮추는 등 관리 강도를 높였습니다. 이에 시장에서는 서민과 실수요자의 대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현재 입주 예정 사업장을 대상으로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제기되며 시장에서도 서민과 실수요자의 자금 조달의 위축과 대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황입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대출이 막혀서 국민들, 서민들이 패닉 상태”라며 “대출 규제 완화가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입장인가"라고 이억언 금융위원장에게 물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기존의 총량 규제 기조는 유지하되, 서민이나 실수요자, 청년 등 애로가 있는 부분은 핀셋 지원을 통해 해소해 가려고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박 의원이 "대출 규제를 완화할 생각이 있다는 말씀인지"라고 재차 묻자 이 위원장은 "전반적인 기조는 가져가지만 그 안에서 서민과 실수요자의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핀셋 지원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잔금 대출을 총량 규제에서 제외하고, 은행권에 이를 위한 별도의 한도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추가 한도는 상반기에 가계 대출 총량 규제를 성실히 준수한 은행에 우선 배정하는 방식 등이 거론됩니다.
대출 총량 규제에 추가적인 예외를 둠으로써 실수요자들의 숨통을 튼다는 것인데요. 사실상 그동안의 강한 규제 정책이 실패했음을 인정한 꼴입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27일 부동산정책 대토론회에서 "은행권과 신속히 협의해 현실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보겠다"고 밝힌 후속 조치를 이행하기 위해 5대 은행의 여신 담당 부행장들을 소집해 집단대출 현황을 점검한 바 있습니다.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 발언 논란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관별 업무보고에서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 기조를 강조했는데요. 이를 두고 실수요자의 시장 진입을 막는 정책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비판과 거시경제 측면에서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금융위의 입장 차이로 공방이 벌어졌습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 위원장에게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이라는 발언은 개인적 소신이냐"고 물었고, 이 위원장은 "네"라고 답했습니다.
조 의원은 "금융은 실물경제의 성장을 촉진하고 국민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젊은 세대가 부동산과 주식에 집중하는 것은 기성세대처럼 자산을 축적하기 위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고 싶은 집을 사기 위해 일정 부분 대출이 필요한 사람들의 시장 진입을 막겠다는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과 금융의 절연은 언제부터 금융위원장의 소신이었느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이 위원장은 "한국 금융이 결국 어떤 역할을 했느냐를 봐야 한다"며 "금융이 부동산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이용되면서 한국 경제에 생산적인 역할보다 역작용이 많았고,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에 대해서는 전 세계적으로도 같은 시각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조 의원은 이 위원장의 과거 주택 구입 사례를 거론하며 "2013년 제네바 유엔 근무 당시 개포동 주공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3억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매입했는데, 지금 LTV(단보인정비율) 기준이라면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느냐"며 "12억~13억원짜리 집을 전세를 끼고 3억~4억원 대출받아 사려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결국 막겠다는 대상은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라며 "평생 살 집을 마련하려는 사람들의 시장 진입을 막는 것이 지금 정부 정책의 핵심"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위원장은 "대출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부동산 가격을 자극하고 결국 주거 사다리를 더욱 멀어지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며 "실거주자가 노력해서 집을 마련하는 부분은 당연히 지원해야 하지만, 금융이 부동산으로 과도하게 쏠려 사회적 부작용을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이 전날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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