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KAI ‘인수’ 성큼…완주까지 넘어야 할 산
독과점 논란·노조 반발 변수
BAE식 ‘조건부 승인’ 가능성
2026-08-11 10:36:35 2026-08-11 12:29:1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한화(000880)그룹이 한국항공우주(047810)(KAI) 보유 지분을 15% 이상으로 확대하며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거대 방산 기업 탄생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상장사 기업결합 신고 기준을 넘기며 글로벌 수출 시장 공략을 위한 대형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향후 심사 과정에서 불거질 독과점 논란과 KAI 노조의 반발이 맞물리며 인수전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수부회장이 지난달 3일 경남 진주시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상장사인 KAI 지분을 15% 이상 취득함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현재 KAI 최대주주는 26.41% 지분을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며, 한화그룹은 확고한 2대 주주 자리를 바탕으로 2040년까지 55조원을 투자하는 우주·항공 생태계 청사진을 완성한다는 구상입니다.
 
한화의 공격적인 지분 매입 배경에 ‘첨단 항공엔진’ 개발이라는 시급한 목표와 글로벌 10위권 진입이라는 중장기 시나리오가 깔려 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기준 한화는 글로벌 방산 수익 순위 21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장원준 전북대 첨단방위산업학과 교수는 “2040년까지 첨단 엔진을 개발해 내려면 완제기 체계종합 업체인 KAI와 밀착해 협력해야 한다”며 “단순히 엔진을 나중에 개발해 갖다 붙이는 개념이 아니라 지금부터 KF-21 성능 개량 등과 연계해 시험 평가와 인증을 처음부터 함께 진행해야 하므로 의사결정 및 경영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했습니다. 또 “과거 삼성테크윈, 대우조선해양 등을 인수해 성장해 온 한화그룹이 KAI 인수를 발판 삼아 글로벌 15위권으로 도약하고 향후 미국 주요 기업 인수까지 거쳐 10위권 방산 기업으로 진입하려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KAI의 최근 사업 부진도 한화그룹이 선제적으로 판을 흔들 명분을 제공했습니다. 장 교수는 “과거 수출을 주도했던 KAI가 최근 미국 훈련기 진출에 실패하고 글로벌 협력사와의 공조 부족을 겪는 등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황”이라며 “한화는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긍정적인 평가까지 이끌어내며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습니다. 향후 KAI가 인도네시아 등 주요 수출 사업에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한화그룹 주도 재편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KF-21 '보라매'. (사진=KAI)
 
관건은 공정위의 깐깐한 독과점 심사입니다. 부품 및 엔진 제조사와 완제기 업체의 결합인 만큼 시장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유종권 율촌 변호사는 “수직 결합 이슈가 얽혀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며 “당국이 상당히 꼼꼼하게 심사할 것이기 때문에 소요 시간도 길어지고 대응하는 데 물리적인 품이 많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KAI 노조를 중심으로 한 반발도 변수입니다. 특정 대기업 중심으로 국내 방산업계가 재편될 경우 시장 경쟁이 약화하고 오랜 기간 구축해 온 부품 협력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노조 관계자는 “KF-21 블록1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수출 논의로 막대한 이익 회수가 가시화되는 시점에 인수에 나서는 것은 ‘다 차려진 밥상을 가로채겠다’는 것”이라며 “공정위에 합병 반대 취지의 공식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방산 대형화 기조를 고려하면 최종적으로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장원준 교수는 “정부 역시 국가적 목표인 방산 4강 진입을 위해 세계 10위권 규모의 거대 방산 기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영국 BAE시스템스처럼 단일 기업이 육·해·공을 아우르더라도 정부가 ‘황금주’ 등 여러 장치를 통해 통제하는 방식으로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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