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정주현 기자] 이흥구 대법관이 7일 임기를 마치면서 ‘대법관 2명 공석’이 현실화됐습니다.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대법원이 반년 넘게 갈등하는 사이, 상고심 사건 처리 지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재판 당사자에게 돌아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입구. (사진=뉴시스)
이 대법관 후임으로 제청된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오는 14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과 국회 본회의 표결, 대통령 임명 절차까지 고려하면 대법관 2석이 비는 상황은 적어도 열흘 이상 이어질 전망입니다.
대법원 3부에 2명만 남아…소부 재편 불가피
당장 대법원 소부 운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이 대법관이 소속됐던 대법원 3부는 지난 7월 노경필 대법관이 재판 업무를 맡지 않는 법원행정처장으로 이동하면서 3명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이 대법관까지 빠지면서 오석준·이숙연 대법관만 남았습니다.
소부가 심판권을 행사하려면 최소 3명의 대법관이 필요합니다. 대법원은 다른 소부의 대법관을 3부에 배치하는 등 사무 분담을 조정해야 합니다. 재판 자체가 중단되지는 않더라도 남은 대법관들의 사건 부담이 커지면서 상고심 처리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간 약 4만8000건 가운데 3만2000건 이상이 4인 소부에서 심사된다”며 “소부가 정상적으로 구성되지 않으면 남은 대법관의 부담이 커지고. 해당 부가 맡아야 할 사건의 처리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고심 사건의 처리 지연은 이미 시작됐고, 이제는 대법관 두 명이 맡던 사건이 영향을 받게 됐다”며 “아무리 재판연구관들이 있어도 결국 주심 대법관이 결정을 내려야 사건이 끝난다”고 말했습니다.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하면 전원합의체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전원합의체는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4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참여한다면 운영이 가능하지만,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주요 사건은 대법관 공백이 메워질 때까지 합의를 미룰 수도 있습니다.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는 김건희씨 사건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란 사건 등 주요 사건이 회부돼 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존 후보 재제청이냐, 추천위 원점 재구성이냐
노 전 대법관의 빈자리는 언제 채워질지 불투명합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서면 제청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제청"이라며 손 부장판사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기로 하고 조 대법원장에게 다른 후보자를 재제청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쟁점은 기존 추천 결과를 토대로 다른 후보를 재제청할 수 있는지,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밟아야 하는지입니다. 법원조직법은 대법관후보추천위가 후보자를 추천하면 해산된 것으로 보지만, 대통령이 제청된 후보자의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을 때 기존 추천 결과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지는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권에서는 기존 추천 결과를 존중해 손 부장판사를 제외한 나머지 3명 중 한 명을 신속하게 재제청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법원 안팎에서는 이미 추천위가 해산된 만큼 새로운 추천위를 구성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6년간 재직할 대법관을 정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헌법이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대통령의 임명권을 별도로 규정한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추천위를 새로 구성하면 2~3개월이 더 걸릴 수 있다”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와 시간적 이익을 고려하면 기존 후보 중 한 명을 재제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추천위가 이미 후보들의 적격성을 심사한 만큼 대법관 임명을 막을 중대한 결격 사유가 새로 드러나지 않았다면 검증 절차를 처음부터 반복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취지입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새 추천위를 구성하기에 앞서 기존 추천 후보들의 지위와 추천 효력을 어떻게 볼 것인지부터 정리해야 한다”며 “기존 추천의 효력이 자동으로 소멸한다고 보면 대법원장이 원하는 후보가 추천될 때까지 추천과 제청 절차를 반복할 수 있어 후보추천제의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주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었지만 부친상으로 발표를 미뤘습니다. 조 대법원장은 7일 이 대법관 퇴임식에 참석했지만, 재제청 요구에 언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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