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태용 기자] 인천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도건위)가 7박9일 일정으로 유럽 출장을 추진했다가 제동이 걸렸습니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공무국외출장심사위원회(심사위)도 결국 '보류'를 결정했습니다.
부정적 여론의 확산도 심사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데, 지방의회의 해외 출장에 대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지난 7월 14일 인천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가 인천 영종구의 항공MRO단지의 정비업체를 방문한 모습. (사진=인천시의회)
인천시의회는 최근 심사위에서 도건위의 '스페인·포르투갈 출장 안건'에 보류를 결정했다고 17일 밝혔습니다. 시기적으로 해외 출장을 가는 게 맞지 않고, 방문하겠다는 기관 역시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시기를 문제 삼은 이유는 재정난과 관련 있어 보입니다. 인천시는 올해 하반기 예산 4585억원이 부족해 비상금 성격의 통합관리기금에서 3300억원을 가져다 쓸 정도로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재정난 극복 동참을 위해 인천시의회의 다른 상임위 6곳은 물론 연수구·미추홀구를 제외한 인천의 9개 기초의회도 해외 연수를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번 출장 예산은 4000만원입니다. 도건위 전체 8명이 참여해 1인당 500만원씩 책정됐습니다.
또 도시건설위원회에서 방문 예정이었던 기관은 스페인의 철도인프라공사와 바르셀로나도시진흥공사, 포르투갈의 항만청과 컨벤션 센터인 '알판데가 포르투 콩그레스 센터'입니다. 심사위는 도건위가 출장 이유로 내세운 '초선 의원들의 역량 강화, 원도심 현안 해결'과 맞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임기 초 해외 출장을 가지 않는 것은 전국적 흐름이기도 합니다. 경기도의회를 비롯해 부산시의회·대구시의회·경북도의회·충북도의회 등이 해외 출장 예산을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부산 북구의회는 올해까지 4년 동안 해외 연수를 없애는 등 기초의회도 해외 출장을 가지 않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지방의회의 해외 출장에 대한 비판 여론은 지방자치제가 30년만에 부활한 1991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4월 기초의회가, 6월 광역의회가 개원했는데 7월부터 해외 시찰을 명분으로 외유성 출장을 가기 시작하면서 비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동행한 공무원들에게 보고서 대필, 술 시중, 짐 나르기를 시키는 일들이 꾸준히 벌어졌습니다. 특히 2017년에는 김학철 당시 충북도의원이 외유성 해외 출장을 비판하는 시민들을 '레밍(쥐)'에 빗대 언급했고, 이듬해 경북 예천군의원들의 가이드 폭행 및 접대 요구 사건이 있었습니다. 최근엔 전국 지방의회 243곳 중 233곳에서 가짜 영수증 청구와 항공료 부풀리기 등의 부정이 확인됐습니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해외 출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석정규 인천시의회 도건위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초선 의원들이 많아 임기 초반 견문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일정을 알차게 구성했고, 의원들을 감시할 수 있게 공무원과 기자도 동행하게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의원들과 논의하고 있는데, 재심 신청 의견이 많다"며 "계획서를 더 자세히 구성해 다시 심사를 받게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출범 반년도 안 됐다. 부실, 외유성 연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최소한 올해 해외 연수는 반납하고 민생과 재정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옵니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은 "정부는 지방의회에 외유성 해외 출장 차단을 위한 방안을 다양하게 권고하고 있다"며 "지방의회가 이 내용들을 조례로 받아들인다면 시민들의 신뢰를 받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행정안전부는 앞서 1일 1기관 방문, 출장계획서 사전 공개, 출장 후 심사위원회 심의 등 사전·사후관리를 강화와 임기가 1년 이하로 남은 시점에선 국외 출장을 제한하는 내용의 '지방의회의원 공무국외출장 규칙 표준'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최태용 기자 rooster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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