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자국우선주의’ 확대에도…K정유, 반사이익 제한적
중동전쟁 장기화…중·러도 수출 규제
석유 수요 늘지만…한국도 ‘내수 우선’
2026-10-07 15:56:50 ㅣ 2026-10-07 17:27:18
[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원유 공급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각국이 에너지 ‘자국우선주의’를 확대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정유 시설을 갖춘 데다 국제 정세에 따른 리스크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새로운 공급망으로 부상한 것입니다. 다만 국내 역시 최고가격제 시행과 수출 규제 등으로 국내 수요를 우선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업계의 실질적인 반사이익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서초구의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유사들은 최근 홍콩과 마카오 이외 지역에서 휘발유와 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출을 중단했습니다. 러시아 역시 최근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경유와 선박유 등에 대한 수출 금지를 1개월 연장했습니다. 석유제품 주요 수출국들이 잇따라 수출 빗장을 걸어 잠그기 시작한 것입니다.
 
에너지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자국 수요를 우선시한 결과입니다. 중국은 중동 지역 긴장이 격화된 지난 3월부터 석유제품 수출을 제한하고, 7월부터는 월 단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유 시설들이 타격받으면서 연료 공급난이 심화해 수출 제한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요국들의 자국 우선 기조가 이어지면서 향후 중동의 정세가 안정화되더라도 가격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에너지정보포럼에서 “호르무즈가 완전히 재개방되고 신뢰를 회복할 때까지 석유 압박이 심해질 거란 게 힘든 현실”이라며 “그때가 되더라도 수요를 맞추며 재고를 보충하는 데는 길게는 2년까지 걸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중동 전쟁 기간 비축유를 소모한 국가들이 다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석유제품 대체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울산과 여수, 대산 등 대규모 정유 시설이 두루 분포한 데다 지정학적 위험도 적어 안정적인 정제 및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6년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석유제품 수출액은 약 72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2% 증가했습니다.
 
다만 정유업계는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 역시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석유제품의 월별 수출 물량을 ‘전년 동월 대비 100% 이하’로 제한하는 등 국내 공급을 우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최고가격제 도입에 따른 손실보전금을 준비하고 있지만 보전 방식에서 업계와 이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는 손실분을 추정하기 위해 원가와 각사별 요건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기업은 사실상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따라 기업에 대한 가격 제한 대신 소비자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가격 제한이 장기화하면 기업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가격 규제 대신 택배나 대중교통, 용달 등 석유 수요가 많은 분야에 핀셋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지원에 나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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