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 기자] “1, 2차 의료기관 및 민간 빅5병원에 가면 월급이 더 높으니, 전공의들을 잡을 수 없다.” 8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립대병원 국정감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거점 국립대병원은 인력 이탈과 낮은 전공의 충원율,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지난 8월 20일 국립대병원은 교육부에서 보건복지부로의 이관이 완료됐습니다. 이후 첫 복지위 국감인 만큼 감사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였습니다. 이날 △부산대병원 △강원대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경북대병원 △경상국립대병원 △제주대병원 △부산대치과병원 △강원대치과병원 △경북대치과병원 등 국립대병원 9개소와 국립대치과병원 3개소 등의 병원장이 국회에 출석했습니다. 이른바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 위기를 맞아 지역의료의 실상이 이날 공개됐습니다.
지역의료를 담당하는 거점 국립대병원은 인력 이탈과 낮은 전공의 충원율,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사진은 지역의 한 의료기관 응급처치실 모습. (사진=김양균)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9개 거점 지역 국립대병원의 필수진료과 전공의 충원율은 43%에 머물고 있습니다. 대부분 적자 상태에, 복지부 이관 과정에서 우려도 적지 않았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을 권역 책임의료기관으로 육성·지원키로 한 것과 관련해 김해영 부산대병원장은 “필수공공의료에 대한 수가 정상화와 필수 의료인력에 대한 수가 보상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지역의료의 실상은 참혹했습니다. 일례로 전주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전북대병원에서 신생아 치료가 이뤄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양종철 전북대병원장은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책임 전문의가 휴가 상태로, 타 전문의들은 근무하고 있었음에도 전체 전문의 진료가 이뤄지지 못한 것처럼 오인됐다”라며 “전북대병원에 아예 연락을 주지 않고 더 멀리 있는 병원에 연락하다 보니 전북대병원에 (구급차가) 들르지 못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남 의원은 “소규모 전문의로 버티거나 최대 144시간 연속 근무, 신생아분과 의사 한 명이 365일 출근해 365일 야간 근무를 맡는 등 전북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복지부가 지역 모자의료의 최종 치료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손영래 복지부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은 “산부인과 신생아 쪽 의료 인력 및 인프라가 부족해서 긴급 분만이나 신생아를 위한 대책을 세웠다”고 설명했습니다. 복지부는 약 1100억원을 투입해 모자의료체계를 강화하고, 약 2200억원을 들여 소아 의료체계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국립대병원 필수의료 전문의 채용률 절반 고작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역 국립대병원 9곳 중 6곳이 올해 필수의료 전문의 수급률이 50%, 제주대병원 및 충북대병원은 10%에 그쳤습니다. 경상국립대병원은 지난 2024년부터 매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10명 채용 공고에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8월 20일 국립대병원은 교육부로부터 보건복지부로의 이관이 완료됐다. 8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첫 국감이 이뤄졌다. (사진=국회방송)
이렇듯 의료인력의 필수의료 기피에 수도권 환자 쏠림이 겹치며 지역 거점병원의 의사 구인난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김원섭 충북대병원장은 “전공의 복귀율이 45%이고, 필수의료 관련 전문의 이탈이 가장 많았는데, (사립대 빅5 병원 및 민간 1·2차 의료기관과 비교해) 봉급 차이가 3배 이상 나기 때문에 이들을 잡을 수 없다”며 “사명감으로 버텨왔지만 이젠 한계”라고 토로했습니다.
김 원장의 말처럼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인 만큼 직원 보수나 임금체계가 정부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해서 임의 인상 등이 어렵습니다. 직원 정원을 정하거나 건물 건립도 정부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대학병원이지만 법인으로 독립돼 있어 교육 시설에 대한 전기세 감면 등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 원장은 “교육 및 병원 노후 시설 개선을 위해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경남 유일의 권역 책임기관인 경상국립대병원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내년 어린이재활병원 개원을 앞둔 상황에서 화정석 병원장은 “지필공 수행에 있어 발생하는 적자를 정부가 보전해 줄 방법을 간구해달라”며 “어린이재활 의사인력 충원도 도와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아울러 박용갑 민주당 의원은 국립대병원 등 필수의료기관에 대한 장기 저금리 융자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례로 충북대병원은 1466억원을 응급기관 융자 외에 3.42~4.88%로 조달해 매월 4억6412만원의 이자를 납부하고 있었습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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