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자율주행차의 두뇌를 넘어 개발과 검증 과정까지 엔비디아의 기술 영토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차량용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주행 소프트웨어를 공급해 온 엔비디아가 데이터 학습부터 시뮬레이션, 안전성 검증까지 지원하는 기술을 새롭게 공개하면서입니다.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 전반에 엔비디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모습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1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기술 콘퍼런스 ‘GTC 베를린 2026’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차량이 등장하는 화면을 배경으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각) 엔비디아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AI 기술 콘퍼런스 ‘GTC 베를린 2026’에서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검증을 지원하는 신규 AI 모델과 소프트웨어 도구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발표의 특징은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주행 AI뿐 아니라 이를 개발하고 안전성을 평가하는 과정까지 기술 공급 범위를 넓혔다는 점입니다. 완성차업체가 수행하는 데이터 처리와 AI 학습, 시험·검증 업무를 엔비디아의 기술과 플랫폼으로 지원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엔비디아가 공개한 ‘알파마요 2 엣지’는 차량 내부에서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주행 경로를 판단하도록 설계된 AI 모델입니다. 20억개의 매개변수를 갖춘 추론 모델로, 회사는 초당 10차례 주행 상황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알파마요 에이전틱 팩토리’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주행 데이터 준비와 모델 학습, 시뮬레이션 평가 과정을 연결하는 개발 도구입니다. 여러 개발 단계를 통합해 작업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로, 내년 초 공개될 예정입니다.
안전성 검증을 위한 ‘헤일로스 SAFE’도 선보였습니다. 가상환경 시뮬레이션과 실제 도로 시험, 차량 운행 중 수집한 데이터를 연계해 자율주행 시스템의 성능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체계입니다. 엔비디아는 독일 시험·인증기관 티유브이 라인란트, 자동차 시험·시뮬레이션 전문기업 디스페이스 등과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의 협력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볼보자동차는 엔비디아의 차량용 컴퓨팅·센서 플랫폼 '하이페리온'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알파마요 스택'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엔비디아와 레벨3·4 자율주행 기술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상용차 부문도 자율주행 전기 미니밴 'ID.버즈 AD'에 하이페리온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차량 호출 서비스와 상용차 분야에서도 협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유럽 차량 호출 업체 볼트는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의 차량에 엔비디아 기술을 적용하는 자율주행 사업을 추진합니다. 내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실도로 주행 데이터 수집을 시작하고, 장기적으로 유럽 전역에 최소 2만5000대의 레벨4 자율주행 대응 차량을 도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스웨덴 자율주행 트럭 개발업체 아인라이드도 엔비디아의 하이페리온과 알파마요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자율주행 화물트럭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자동차산업 내 역할은 기존 차량용 반도체 공급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공통 컴퓨팅 플랫폼인 하이페리온을 기반으로 주행 AI와 데이터 학습, 시뮬레이션, 안전 검증 기술을 함께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완성차업체들은 엔비디아 기술을 활용하면서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결합할 수도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엔비디아와 협력해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하이페리온 기반의 공통 하드웨어를 활용하면서 자체 주행 AI인 ‘아트리아’도 개발 중입니다. 엔비디아 협력 기반 기술은 2028년, 자체 AI 기반 기술은 2029년 하반기 양산차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게자는 “엔비디아가 차량용 하드웨어와 주행 AI를 넘어 개발·검증 도구까지 공급 범위를 넓히면서 완성차업체들의 기술 활용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며 “다만 새롭게 공개된 기술 일부는 개발 단계에 있는 만큼 실제 양산차 적용과 개발 효율 개선 효과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