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현대자동차 노사가 7일 올해 임단협 시작을 하루 앞두고 치열한 기선잡기 경쟁을 벌였다.
현대차(005380)는 지난 6일 그룹 계열사인 변속기 전문기업 현대파워텍이 올해 임금인상을 회사에 위임하는 노사공동선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2년간 무분규로 임단협을 마친 경험을 이어보자는 속내를 비친 것이다.
반면 노조는 오는 25일부터 케이블TV에 노조 홍보 영상을 방영할 예정이다. 노조에서 처음 제작하는 이번 TV광고는 노조 내 영상팀이 직접 제작한 30초 짜리 영상물로, 울산공장 근로자가 주말에도 출근하는 바쁜 업무로 생일을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는 일상을 담고 있다.
그동안 강성 투쟁 노조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이번 임단협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이처럼 노사 양측은 본격적인 임단협에 임하면서 서로에게 유리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에 앞서 언론을 동원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이번 임단협이 무분규를 이어간 지난 2년간의 임단협과는 판이하게 다를 것이란 점을 예고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현대차는 글로벌 위상 강화와 실질적인 실적 향상을 거뒀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전형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성적에는 묵묵히 참고 견뎌온 현대차 근로자들의 피와 땀이 배여 있다는 점을 노사 모두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노조의 요구도 커지고, 회사도 이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복수노조·타임오프 등 핵심 쟁점 부상
이번 임단협의 가장 큰 쟁점은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허용'과 지난 4월부터 시행된 '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다.
사측은 "8일 상견례 이후 노사협의가 본격화되기 전에는 협상안을 공개할 수 없다"며 "법이 제정됐기 때문에 법에 따라 원칙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복수노조 허용'을 내세워 현재의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를 유일 노조로 인정할 수 없다며, 임단협 요구안에 현행 단협 제1조(유일 교섭단체)를 삭제하자고 요구했다.
또 복수노조를 허용해 다수의 노조가 설립될 경우에도 교섭창구를 단일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 반박하고 있다. '어용 노조' 등이 탄생해 노조의 힘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임오프'와 관련해서도 입장차가 뚜렷하다.
사측은 근로시간면제를 적용받는 정당한 노조활동에서 회계감사 기간, 상급단체 회의와 교육행사, 기타 노사합의 사항 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상급단체인 민노총 금속노조의 회의나 행사 참여가 어려워진다.
또 현재 233명에 달하는 노조 전임자도 24명(파트타임 적용시 48명)으로 줄여야 한다. 이미 사측은 노조 전임자 명단을 제시하지 않은 노조 전임자 233명 전원을 무급휴직 발령을 내고 두달째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이에 대해 노조말살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이미 지난달 이와 관련한 파업을 위해 쟁의행위 발생까지 결의한 상태다.
이밖에도 노조는 ▲ 기본급 15만611원 인상 ▲ 상여금 800% 인상 ▲ 장기근속자 자녀 채용 시 가산점 부여 ▲ 정년 만60세(현재 만58세) 연장 ▲ 퇴직금 누진제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 '주간2교대제', 임단협 논의대상서 제외
임단협과 별도로 최근 유성기업 사태로 관심이 커진 '주간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 문제도 관심거리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003년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를 결성한 이후 2008년부터 '주간2교대제' 도입을 두고 꾸준히 논의를 해왔고, 지난 1월에는 근무형태변경 추진 자문위원회'를 꾸려 협의를 지속하고 있다.
노사 모두 주간2교대제를 원칙적으로 합의했지만, 그에 따르는 생산성 감소 해결과 월급제(현재는 시급제) 도입에 대한 입장차가 있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는 시행한다는 것을 목표로 월 1회 정기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임단협은 금속노조 임단협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와 노동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의 상견례는 8일 오후 2시로 예정돼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