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성수기자] 기름값 100원 할인의 원상회복으로 연일 휘발유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는 상황 속에서 정유업계의 지각변동이 이어지고 있다.
휘발유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1위를 지키고 있던 SK에너지와 2위인 GS칼텍스의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하지만 GS칼텍스는 그리 썩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GS칼텍스 한 관계자는 "지난달 공장 고장 탓에 주유소에 공급을 중단했다고 여론의 질타를 받은 상황 속에서 점유율 1위라 크게 좋아할 수도 없다"며 "이달부터 점유율 1위가 다시 SK에너지로 갈 수 있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만년 2위' GS칼텍스..최초 1위 등극
GS칼텍스가 지난달 SK에너지를 점유율에서 추월하며 정유업계 1위에 올랐다. 이는 GS칼텍스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창사 44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만년 2위'였던 GS칼텍스는 지난달 32.7%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32.2%의 SK에너지를 0.5%포인트 차이로 앞섰다.
특히 기름값 할인 이전인 지난 3월 37.4%인 SK에너지에 비해 6.5%포인트 뒤처졌던 GS칼텍스는 할인이 시작된 4월 3.7%포인트로 격차를 줄였고 5월엔 1.3%포인트까지 추격했다.
지난 4월7일부터 7월6일까지 정유사들은 기름값 할인행사를 실시했다. SK에너지는 카드결제 시 100원 할인, 타 정유사들은 주유소 공급가격을 100원 낮췄다.
이는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줬다. 즉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SK주유소보다 상대적으로 싼 나머지 주유소에 사람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결국 GS칼텍스는 손해를 감수하고도 휘발유를 싸게 팔아서 점유율이 올라가게 된 셈이다.
◇ SK에너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1위 자리를 내준 SK에너지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가격 할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SK에너지 관계자는 "휘발유만 대상으로 점유율을 조사했기 때문에 경유와 등유까지 포함하면 전체 시장에서 1위를 계속 고수하고 있기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는 이번 점유율 변동이 기름값 리터당 100원 할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주유소 숫자와 비례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주유소 수를 급격히 늘리지 않는 이상 점유율을 올리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22일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는 SK에너지가 4466개, GS칼텍스 주유소는 3401개로 1000개 가량 차이가 난다.
지금까지 정부의 권유(?)에 따른 기름값 100원 할인은 각 정유사들에게 '손해 보는 장사'였다. 이에 따라 2분기 실적도 지난해와 비교해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양사가 3개월간 진행된 기름값 할인방식이 달랐던 것이 점유율 변동에 결정적인 영향이 된 만큼 정유업계의 지각변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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