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개입 경계감이 지속되는 가운데서도 연일 연중최저점을 경신하며 추락하고 있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2.7원 내린 1051.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직전 연중최저점이었던 전일 종가 1054.6원을 또 갈아치우며 레벨을 낮췄다.
◇ 韓 펀더멘털·재무건전성 양호..원화 매력 상승
전문가들은 가파른 환율 하락 배경으로 유로존 우려 완화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재개와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과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꼽고 있다.
우선 대외적으로 최근 그리스 디폴트 관련 유로존 재정우려가 완화되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재개되면서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채현기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환율의 가파르게 하락한 것은 그리스 긴축안이 통과됐고 이후 유럽정상들이 그리스의 추가 지원에 대해 합의하면서 유럽발악재가 완화되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났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경제가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견조하고 재무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도 환율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들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견조한 중국, 한국, 브라질,싱가폴 통화는 연중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하반기 경기가 나쁘지 않고 외환보유액도 충분한데다 향후 인플레 우려로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즉, 유동성이 넘치는 글로벌 시장에서 펀더멘털이 견고하고 변동성이 작은 아시아통화는 매력적인 투자대상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미영 삼성선물 팀장도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 선진국 자산을 대체하지는 못하나 새로운 분산투자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원화가 준안전통화의 기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당국 물가압력으로 환율하락 '뒷짐'
정책당국의 경제정책 운용 방향이 성장에서 물가안정으로 돌아섰다는 점도 환율 하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4%로 상향조정하고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위기나 미국부채 등 대외적인 요인을 고려한다면 사실 올해 상황은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다만, 대내적으로 볼 때 정부가 물가압력 등으로 환율하락을 용인하는 쪽으로 기울어 이 부분만큼은 하락여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가파른 하락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충격을 야기시킬 수 있는 만큼 외환당국은 속도조절 차원에서의 개입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미영 팀장도 "현 시점에서는 외화일단 1050원 하향이탈시 환율은 단기간에 1020~30원선으로 하락할 수 있어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수출기업, 완만한 속도라면 대응 가능
결국 속도의 문제일 뿐 환율의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는데 이견이 없다. 또 일각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세자리수 환율도 고려해야 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향후 수출기업에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수출기업 입장에서 환율하락은 마이너스 요인이 분명하지만 하락 속도가 완만하다면 기업들이 어느 정도 대비할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입장에서는 환율 등락 자체보다 변동성이 클때 더 대응하기 어렵다"며 "원화절상은 이미 예상한 시나리오로 기업들도 이미 환율이 900원대로 떨어졌을 때를 대비해 대응전략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성욱 연구위원도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기업에는 마이너스 요인이겠지만 수출자체를 줄인다거나 물량의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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