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주택시장의 불황이 계속되면서 `미분양 공포`가 또 다시 엄습하고 있다.
국토해양부가 3일 발표한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67가구로 지난 달보다 1.8%(1307가구) 증가해 13개월만에 다시 증가세로 반전됐다. 서울과 지방은 각각 2.2%, 2.5% 상승했다.
특히 수도권지역의 미분양 물량은 지난 5월말에 전월대비 8.1% 상승한 이후 또 다시 0.7%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 2006년 말과 비교하면 5.8배 가량 폭등한 수치다.
국토부는 일산을 비롯한 경기 일부지역에서 계약이 취소(일산동구 식사동 1005가구)되면서 지난 달보다 192가구 증가한 2만7225가구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분양가 인하 등 업계 자구노력과 상반기 주택거래 활황으로 기존 미분양이 감소하던 지방도 신규 분양이 늘어나며 지난 달보다 1115가구 증가해 2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 하반기에도 '악성 미분양', 건설사 숨통 조여
준공후 미분양의 경우 지난 달보다 686가구 증가한 3만9704가구(수도권1만430가구, 지방 2만9274가구)로, 전체 미분양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최훈식 부동산114 실장은 "미분양은 업체들의 자금순환을 틀어막아 신규 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장 유지도 어렵게 만들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큰 타격이 된다"면서 "가중되는 금리 부담 또한 건설업체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는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미분양아파트 중에서도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후 미분양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업체로서는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해 여전히 자금난을 겪고 있다.
건설사들마다 분양가 할인폭을 늘리고 납입조건도 크게 완화해 판촉하고 있으나 준공후 미분양아파트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매매 활성화가 되기에는 여전히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있다.
홍채진 부동산114 연구원은 "건설사 쪽에서 아무리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도 서민입장에서 볼때 정말 현실적인 가격은 내놓지 않는다"며 "작년, 재작년과 분양가 자체만 놓고 비교해보면 그렇게 분양가가 낮다고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85㎡ 초과 중대형은 4만5344가구(수도권 1만8362가구, 지방 2만6982가구)로 전월(4만5604가구) 대비 260가구 감소했으나 아직도 전체 미분양의 6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산 동구 식사동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도심 지역도 아니고 특별히 선호도도 높지 않은 지역에 아파트 값이 3.3㎡당 1400만원을 웃도는 수준인데 누가 선뜻 와서 살겠나"라며 "수요자들의 트랜드는 철저히 중소형이 아니면 외면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 정부 미분양 해소정책.."건설업에 대한 기본 이해도 없어" 뭇매
정부는 올초 미분양 문제가 불거지자 환매조건부 방식으로 미분양주택을 매입하는 등 정책적 해결에 나선 바 있다.
환매조건부 매입은 국토부가 대한주택보증을 통해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되 건설사에 준공 후 1년내 되사갈 수 있는 옵션을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공정률 30% 이상의 주택을 분양가의 50%로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국토부에 따르면 올 1월 실시한 9차 환매조건부 미분양 매입 공고 결과, 매입 승인 실적은 2개 사업장 342가구로 매입액은 599억원, 이 중 수도권 물량은 96가구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미분양 해소에 대해 정부 정책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건설사가 싸게라도 팔게끔 유도하려고 했지만 건설업체들에 대한 기본적 이해도가 없는 정책"이라며 "업체입장에서는 미분양이 골칫덩이기는 해도 수도권이라는 믿음 때문에 절대 손해보며 팔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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