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 · 박미정기자] "아직도 여름 휴가를 못 갔습니다. 제가 일하는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당한다는 소문이 돌아서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서울 강남 지역 한 저축은행 과장의 얘기다. 이 은행의 지난 3분기(1~3월)실적이 좋지 못하다보니 올 여름 들어 "곧 XX저축은행이 위험해진다"는 소문이 돌았고 해당 관계자들은 휴가도 못 쓸 정도로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국 85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한 경영진단 결과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5% 미만, 즉 부실로 분류된 저축은행은 15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는 수도권의 자산 2조원대 대형 저축은행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은행은 계열사 한 곳의 적자가 심해 저축은행까지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 저축銀 구조조정 어딘지 '촉각'
금융권에서는 당장 해당 저축은행들이 어느 곳인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BIS비율이 5%미만인 저축은행들은 증자 혹은 대주주의 사재 출연 등을 통해 BIS비율을 높이는 등 경영정상화에 나서야 한다. BIS 비율이 3~5%인 곳은 최대 6개월, 1~3%인 곳은 최대 1년의 경영 정상화 기간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불구, 경영정상화의 전망이 보이지 않을 경우 해당 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당할 수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느 곳이다 소문만 무성하다 보니 고객들이 더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최근 들어 소문에 살고 소문에 죽는 곳이 저축은행 업계"라는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임직원의 개인 비리로 제일저축은행에서, 또 검찰 수사 보도로 프라임저축은행에서 상반기에 '뱅크런(대규모예금인출사태)'이 발생했다. 두 건 모두 은행 건전성과 큰 상관 없는 사안이었음에도 불구, 올 초 저축은행 영업정지에 놀란 고객들의 불안이 가중되면서 수백억원의 예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었다.
◇ "영업정지 전에 피해자 발생 막아야"
올해 상반기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영업재개가 걸음마 단계인 상태에서 하반기에 저축은행 구조조정이라는 후폭풍에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대신증권(003540)이 인수한 중앙부산 · 부산2 · 도민저축은행은 31일 대신저축은행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더불어
우리금융(053000)지주가 인수한 삼화저축은행도 우리금융저축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3월부터 영업을 하고 있다.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대전·전주·보해저축은행은 현재 가교은행인 예나래, 예쓰저축은행으로 계약이전 절차를 밟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부산저축은행은 5000만원 이상 ·후순위채권자들의 점거로 매각에 필요한 작업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부산저축은행과같은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는 시점에서 감독 당국은 피해자 발생 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며 "영업정지가 발표되기 전인 지금이 저축은행 사태의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할 마지막 기회”이라고 밝혔다.
뉴스토마토 박미정 기자 colet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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