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정부의 '8.18 전월세시장 안정화대책'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고공행진하는 전세값 충당을 위해 세입자들이 시중은행 대출창구로 몰려드는 등 집없는 서민들이 빚더미에 올라 앉고 있다.
1일 부동산포털과 주택산업연구원,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은행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 8월말 기준 3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7월말과 비교해 7% 정도 뛰어오른 수치다.
게다가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 국민주택기금 대출금까지 합치면 전세자금대출 증가율은 10%를 훨씬 넘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 8월 전세대출 7% 상승..집없는 서민 빚더미
특히 지난달에는 정부가 전월세대책과 가계부채대책을 발표했음에도 보란듯이 전세대출이 2.3%나 상승해 시장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정부 정책의 무기력함을 다시한번 확인시켰다.
또 8.18 전월세대책의 후속조치로 이날부터 국민주택기금에서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대출과 전세자금 대출 지원조건완화, 주거형 오피스텔 건설자금 지원대상 및 한도 확대 조치가 시행되면서 대출 증가율은 위험수위에 도달할 전망된다.
이같은 전세자금 대출의 급증세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 전역에 걸쳐 전셋값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포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서울과 수도권지역의 전세값 상승률은 각각 24.01%, 수도권은 24.04%로 평균 5000만원 가량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서울지역은 15.11%, 경기지역은 16.57% 상승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부채 급증은 치솟는 전셋값을 대출로 감당하려는 세입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전세금은 뛰고 물가까지 치솟는데 소득은 늘지않는 세입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는 8.18 전세대책 발표직후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는 반응이다.
지난달 국토부의 전월세안정화대책 발표직후 각계 전문가들은 사실상 전월세난과는 무관하고, 세제지원과 대출지원만 강화한 꼴이라며 결과적으로는 가계부채만 급증시킬 것이라고 우려스런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 무기력한 정부 정책 재확인.."전월세상한제 도입만이 방법"
박정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8.18 대책 이후 통계로 확인 가능한 전셋값은 계속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고, 시장 분위기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정부 정책 발표이후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며 매매가 반등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대책은 전세시장에 거의 영향력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장성수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세난은 구매력이 있는 계층이 계속 전세시장에 남아 있으면서 전세금을 올리기 때문"이라며 "주택가격 상승률이 높을수록 전세금은 안정되기 때문에 집값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서민층이 받아들이기 힘든 논리를 폈다.
이같은 논리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한물 간 토건족의 논리"라며 거칠게 반박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매매시장과 전세시장의 관계를 동일한 원리로 봤을 때 전셋값이 급등세라면 집값이 폭락해야 정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보수 정권인 한나라당에서도 최근 부분적으로 전월세상한제 도입 필요성을 인정하는 마당에 아직도 토건세력들은 끊임없이 집값 거품키우기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전세 재계약금을 마련하려고 은행에서 빚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물가상승률과 소득상승률보다 터무니 없는 수준으로 전셋값을 올리는 임대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실적으로 전월세 세입자들에 대한 지원책은 사실상 전월세상한제 뿐"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황민규 기자 feis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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