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전 직장과 소송을 벌이면서 쟁점이 되고 있는 현 직장의 급여시점을 속이기 위해 입금자인 현 직장의 이름을 지운 통장사본을 법원에 제출했다면 사문서변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전 회사와 소송을 벌이면서 현 직장으로부터 급여 받은 시점을 숨기기 위해 자신의 통장사본을 조작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사문서변조) 등으로 기소된 노모씨(45·여)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취지로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과 피고인이 전에 근무하던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민사소송에서 피고인이 언제부터 현재 직장에서 급여를 받았는지가 중요한 사항이었다"면서 "피고인이 일부기간 동안의 입금자 명의를 가리고 복사해 이를 증거로 제출한 것은 현재회사에서 지급된 급여 시기를 다르게 한 것으로서 공공적 신용을 해할 위험성이 있다"고 판시했다.
또 "통장의 명의자인 은행장이 피고인의 행위 당시 그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이를 승낙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관련 민사소송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을 가리고 복사함으로써 문서내용에 변경을 가하고 이를 민사소송의 증거자료로 제출한 이상 피고인에게 사문서변조 및 변조사문서행사의 고의가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노씨는 A결혼업체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경쟁사인 B사로 옮겼다가 소송을 당하게 되자 A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무효소송을 냈다. 이후 노씨는 자신이 B사로부터 급여를 받은 시점을 속이기 위해 통장 사본에서 입금자로 되어 있는 B사의 이름을 지우고 이를 법원에 제출했다가 사문서변조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 재판부는 노씨의 행위가 단순히 입금자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을 뿐이고, 지워진 공란부분은 누구든 입금자 명의가 기재되는 부분임을 알 수 있으며, 노씨 자신도 입금자가 지워진 시기에 B사에 근무하고 있었던 것을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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