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좀 해봐서 아는' 여러가지 분야 중 건설부문은 단연 으뜸에 꼽힌다. 이 대통령은 대형건설사 CEO 출신답게 취임 이후 막대한 예산을 건설·부동산 산업 부양책으로 쏟아붓고 있다.
최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체들의 평균 수주액은 대대적인 토건부양책 덕분에 부동산 호황기였던 지난 2003년 78억8000만원보다 96억4000만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MB정부의 건설부문 예산을 살펴봐도 정권 출범 첫해인 지난 2008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전년비 24% 늘었고, 전체 총지출 증가율보다 17.8%보다 훨씬 많이 늘어났다.
◇ 건설관련 예산도, 통계도 모두 '페이크(fake)'
부동산 전문가들은 여기에다 '숨겨진 토건 예산'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국토해양부 소관 기금 중 하나인 국민주택기금의 올해 지출액은 지난해보다 1조2000억원 늘어난 17조800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기금 성격을 잘 들여다보면 이는 복지 예산이 아니라 토건 예산이다. 국민주택기금지출액의 약 65% 가량이 각종 주택 건설산업에 투입되는 돈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기금 지출액의 53%가 넘는 9조5000억원이 보금자리 주택사업에 지원됐다. 문제는 보금자리주택사업의 70% 가량은 서민용 임대·전세주택이 아닌 민간업체가 분양하는 물량이라는 점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주택기금 예산이 서민 주거정책으로 포장됐지만 사실상 부동산 시장 침체로 민간 주택 물량 감소로 자금난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을 없애주는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 중환자실로 변모하는 건설업계, 끊임없이 퍼주는 정부
MB정부가 각종 규제완화 등으로 건설업체 살리기에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건설업체들은 여전히 도산위기다.
지난 2009년 1월 시작된 건설업 구조조정 작업 이후 현재까지 건설업계 상위 100대 건설사 중 29개사가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 이들은 건설호황기에 무리하게 덩치를 키우거나 주택사업에 치중하다 부동산경기의 위축으로 치명타를 입은 회사들이다.
최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간 중견 건설사들의 올해 상반기 실적이 지난해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건설업체들의 부채비율은 작년 말 214.1%에서 286.2%로 급상승했다. 이 부채비율은 리먼 사태가 발생했던 2008년 당시에 워크아웃기업들이 기록했던 부채비율(303.5%)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공공공사 등 수주 기회가 대폭 줄었고, 미분양으로 인해 신규 주택사업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최한승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지난 5일 '건설업 구조조정'이라는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차에 걸친 신용위험평가로 구조조정에 돌입한 워크아웃 건설사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가 채권금융기관이 차입금의 만기연장, 추가자금 지원 등 워크아웃 건설사의 단기적인 유동성 해결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이상호 GS건설 경제연구소장은 "건설업계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금융ㆍ세제 지원을 통한 수요촉진책보다 공급물량 조절정책이 중요하다"며 "이유는 지난 10년간 부동산시장이 초호황을 겪으면서 공공과 민간 모두가 공급여력을 과도하게 축적해 왔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중요한 점은 부동산 침체와 건설업계 불황은 국내 주택시장에 공급이 모자란 게 아니라 너무 넘치는 게 문제였다는 것.
◇ "그많은 아파트를 누가 다 샀을까?"..주택보급률 낮추려고 안간힘
국토부에 따르면 올 3분기 건축허가면적 전년 동기대비 39.5% 늘었고, 주거용 건축물은 약 2배, 연립주택은 2.8배 증가했다.
그런데 의아한 건 부동산 시장의 매매가 실종된지 오래인 상황에서 이 많은 아파트를 도대체 누가 다 사냐는 점이다.
주택보급률은 이미 오래전에 100%를 넘었다. 5년마다 발표하는 주택센서스에 따르면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10%에 이르렀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난 2008년부터 `신주택보급률`이라는 색다른 통계 방식을 통해 주택보급률을 100% 아래로 하향조정하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부터 자료조사에 돌입한 신주택보급률은 주택 이외의 거처(오피스텔형 원룸, 쪽방, 고시원, 주거형 호텔, 비닐하우스) 등은 아예 집에 합산시키지도 않아 문제시된 바 있다.
주택보급률에 실제로 집이 필요한 독신자 등 1인 가구와 비혈연가구를 포함시켜 주거의 질적 확대를 꾀한다는 첫 방침이, 정작 주거 소외계층 및 저소득층은 아예 집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부터는 대대적으로 멸실 주택현황까지 공개하며 '주택보급률' 낮추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멸실주택이란 건축법상 주택의 용도에 해당하는 건축물이 철거 또는 멸실돼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경우로 건축물대장에서 말소된 주택을 말한다.
지난 11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6만2485가구의 주택이 멸실된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부는 이를 근거로 주택보급률을 6~7% 하향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연합 부동산감시팀장은 "실질주택보급률을 과소평가한 통계가 제대로 된 방식은 아니다"며 "주택보급률을 명확히 관찰하기 위해서는 판자집, 비닐하우스 등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광의 주택보급률과 실질 주택보급률을 병용해 다시 조사해야한다"고 엉터리 통계를 지적했다.
그는 또 "주택보급률을 100% 아래로 끌어내린 뒤 주택이 부족하니까 더 짓는다는 논리가 건설 인허가 확대, 각종 건설업체 지원의 명분이 되고 있다"며 "이미 시장에 쌓일대로 쌓인 아파트를 싸게 팔리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공급 만능주의 버리고, 집값 현실화로 부동산시장 정상화해야
결국 문제를 종합적으로 짚어보면 정말 부족한 건 주택이 아니라 집값이 비싸 집을 살 수 없는 서민들의 소득수준과 문제해결에 대해 보이는 정부의 의지다.
올들어 수차례 발표된 정부의 부동산 정책 핵심논리는 '공급만능주의'와 부동산 시장 팽창주의로 축약된다.
공급만능주의는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과 하락, 부동산 투기 등 문제의 원인을 모두 부동산의 공급부족에 귀속시켜 토지와 주택의 공급 확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적인 정책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선대인 세금혁명당 대표는 "지금 한국 경제위기의 핵심은 800조원을 넘나드는 가계부채의 위기이지 건설업계의 위기가 아니다"며 "건설업계 구조조정 지연은 시장수요를 뛰어넘는 주택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주택시장의 장기침체를 초래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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