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한ㆍ미 FTA가 국내 비준 절차만 남겨놓게 되면서, 결과에 따라 자본력을 앞세운 미국 방송기업에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종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PP업계는 특정 MPPㆍMSP를 제하고 아직 내성을 키우지 못한 업체가 다수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미국 방송기업과 공정한 경쟁을 벌이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은 방송을 산업으로 간주해 기업의 덩치를 불리는 데 주력했고, 미국의 방송시장 규모는 국내 30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시장과 방송사업자 규모를 놓고 봤을 때 한국과 미국은 엄연히 출발선이 다른데도 한ㆍ미 FTA는 이 차이를 터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ㆍ미 FTA는 방송서비스 분야에서 국산 제작 방송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줄이고, PP에 대한 외국인 지분 소유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담고 있다.
세부적으로 국내 유료방송 프로그램 편성비율 가운데 영화는 25%→20%, 애니메이션은 35%→30%로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강준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과 박영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지난 10일 발간된 ‘KOCCA포커스’에서 애니메이션 편성쿼터 축소로 예상할 수 있는 피해액 이 연간 7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케이블ㆍ위성방송은 현재도 국산 애니메이션 편성쿼터를 지키지 못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과태료를 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장기적으로 국내 방영물 감소는 콘텐츠 생산물량 축소와 이에 따른 국내 기업의 수익 구조 위축으로 나타나 경쟁력 없는 중소PP 퇴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수입방송물의 국가별 편성 비율도 기존 60%에서 80%로 늘게 된다. 이는 미국 등 특정국가의 방송프로그램 편성비를 최대 80%까지 허용한다는 것으로, 특정국 제작물이 채널을 독식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보호장치’가 그만큼 느슨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경우도 국내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방송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사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PP에 대한 외국인의 간접투자가 100% 허용되는 내용도 우려를 사고 있다. 간접투자는 국내 법인을 거쳐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 홈쇼핑채널 제외)으로 현행 방송법은 외국인의 간접투자를 50%로 묶어놨지만, 한ㆍ미 FTA는 이를 전부 풀도록 정하고 있다.
이를 우려하는 쪽에서는 미국 방송자본이 국내 PP를 인수하면서 프로그램 편성과 방영에 개입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사ㆍ자국의 방송콘텐츠 노출 빈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지나치게 수익성을 쫓아가다 방송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는 시장 개방에 앞서 먼저 방송기반 강화를 위한 정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