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를 보면 현실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시장의 식료품값부터 음식점의 한끼 밥값, 미용요금, 휘발유값, 집값과 전셋값, 공공요금 등 대부분의 일상 생활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공식적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대다. 청년백수가 주변에 넘쳐나는대도 정부의 청년실업률은 매달 7~8%에 불과하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세계적으로 괜찮은 실업률'이라는 평가까지 내놓는다. 정부 통계는 거짓말인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숫자장난에 불과한가? 통계의 허상을 찾아보고 개선점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광공업생산은 자동차와 반도체 등이 호조를 보였고, 서비스업 생산도 늘었다.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통계지표상 우리 경기는 별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회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물가와 대외경제여건 악화로 업계가 '실제로 체감하는 경기'는 좋지 않다. 하반기 들어 수출이 줄어들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줄었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수입업체들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침체가 더해가면서 향후 경기전망은 더욱 짙은 먹구름이다.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가중전망지수는 95.0을 기록, 지난 3월 이후 6개월 만에 기준치인 100 아래로 떨어졌다. BSI가 1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렇게 정부의 경기 지표와 실제 업계에서 느끼는 체감지표의 괴리는 어디서 오는 걸까?
◇ 대기업·수출 제조업만 부각되는 통계
경기상황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정부 통계지표로 경기동행지수가 있다. 이 지표는 비농가취업자수, 산업생산지수, 제조업가동률지수, 도소매판매액지수, 건설기성액, 수출액, 수입액 등 7개 지표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제조업가동률, 산업생산지수, 수출수입액 등의 비중이 워낙 크다는 점이 문제다.
한 국책 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은 "경기 동행지수에 제조업 생산과 수출쪽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경제 전반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출의 경우 국제 경쟁력은 좋아지는데 내수와 연계성이 떨어져 업계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발표하는 통계와는 전혀 다르게 되는 것"이라며 "외환위기 이후 수출호조가 내수에 자극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 덕에 수출이 늘고 수출증가덕에 대기업들이 실적이 좋아져도 내수 부문에는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아 체감경기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대기업 수출 중심으로 이뤄진 통계의 한계"라며 "유통부분의 수치가 좋다고 하더라도, 대기업 마트가 좋은 것이지, 소상인들은 울상"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하부 단위의 지수를 따로 낸다면 기업체감지수가 반영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제조업 가동률을 빼고 도소매판매액 대신 내수용 소비재 출하를 넣는 등 경기 반영력이 큰 지표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소매판매액지수의 내수 출하부분, 설비투자 부분에서의 내수부분이 반영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 경기종합지수 기준연도 아직 2005년..전산업지수 도입에 3년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와 따로 노는 경기종합지수의 문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기준연도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의 경기종합지수는 기준연도인 2005년을 100으로 정해서 환산한 것으로, 기준연도는 5년마다 바뀐다. 2005년 이후 생산, 유통 등 경제구조 변화에 맞춰 가중치를 비롯해 업체와 품목의 변동 등을 반영해 지수의 현실화를 이뤄야 한다.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국내총생산 등 국내 경제 지표들과 기준연도를 일치시키는 문제도 시급하다.
하지만 통계청은 2010년 기준연도 검토는 내년부터나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전백근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2010년 기준의 기초자료는 올해 수집하고 있으며 이를 분석하는 것은 내년부터 가능하다"며 "지수기준의 개편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연쇄지수(change index)를 도입하는 방법 등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월 통계청은 산업활동 동향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없던 지수인 '전산업 생산 지수'를 함께 발표했다.
전산업 생산은 광공업과 서비스업, 건설업, 공공행정 등 전부분을 반영한 경제지수다.
전산업 지수의 개발에 참여한 홍현정 경제통계연구원 주무관은 "산업생산지수와 건설기성액, 서비스업 활동 지수 등은 경제부문별 경기동향에 국한돼 있어, 지수의 가중치 작성기준도 지수들마다 상이해 일괄적인 기준에 의한 경제지표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전산업 생산지수는 통계청이 지난 2008년 통계개발원에 의뢰해 개발된 것으로 도입에 3년이 소요됐다. 3년 동안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눈가리고 아웅하듯' '산업동향'을 발표해 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가통계위원회에 참여하는 한 교수는 지수 개발과 개편에 시간이 지체되는 이유에 대해 "지수 개편의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며 "경기 종합지수 변경은 물가지수와 같이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전 산업 자료를 수집해 분석하는 작업이 녹록치 않다"며 "분석하는데 1년 이상 걸리는 대작업이기 때문에 바뀌는 산업지형을 고려해 지수 개편 주기를 줄인다면 매년 지수개편작업만 하게 될 것"이라고 한계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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