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올 초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기름값은 서민들에게도, 물가 안정을 목표로 삼는 정부에도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정유·주유업계의 팔을 비틀고 대안 주유소 등의 장기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기름값 잡기엔 역부족이다.
소비자단체 등 일부에서는 결국 '유류세를 인하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컨틴전시플랜(비상 계획)'에 따라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 이상 되야 유류세 인하를 검토하겠다며 유류세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당분간 치솟는 기름값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기름값 왜 자꾸 오르나..남 탓하기 '급급'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4일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서비스 사이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이날 10시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ℓ)당 1990.25원을 기록했다.
전국 휘발유 가격은 지난달 4일 리터당 1933.21원을 기록한 이후 50일 연속으로 상승했다. 특히 서울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23일 2066.76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 120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1130원대로 레벨이 낮아지고 국제유가도 하락 추세인데 기름값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에 정부는 최근 기름값이 급등한 요인으로 원·달러환율을 꼽으며, 이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정유사들은 기름값 상승의 원인을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 지속적으로 오르는 국제 석유제품 가격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주유소업계는 5년 동안 유류세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 1조3000억원을 대신 정부 대신 부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이 수수료를 정부가 부담할 경우 리터당 15원의 기름값 인하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 기름값 얼마나 더 오를까?.."현 수준 유지할 것"
올해 말까지 국제유가는 급격한 변동없이 현재와 같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국석유공사는 유럽발(發) 재정위기가 심각해지지 않으면 올해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 내외 수준을 유지할것으로 전망했다.
석유공사는 "휘발유의 성수기가 끝나고 싱가포르 정유공사 화재 복구 등으로 국제유가가 하향될 가능성도 있다"며 "환율의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소 한 연구원은 "최근 기름값 상승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였던 환율이 연말로 갈수록 유럽 재정 위기가 진정되면서 잠진적인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최근 두바이유 등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가 반등하고 있는 것이 불안요인"이라며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된다면 기름값 역시 지금 수준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기름값 잡는다던 정부 '헛발질'만..
지식경제부는 올 초 기름값 상승 원인을 찾겠다며 '석유가격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분석자료를 내놨지만 '무성의하고, 실망스럽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국내 기름값이 급등하는 반면 반대의 경우에는 기름값이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성'을 확인했지만 정유사 담합이나 폭리는 아니라는 묘한 결론을 내놨기 때문.
이후 정부는 기름값을 내리기 위해 정유업계의 '팔 비틀기'에 나섰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지난 4월7일부터 3개월간의 '리터당 100원 할인'이다.
리터당 100원 인하 종료 후 예상보다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자 지경부는 주유소 회계 관련 장부를 입수하고 정유사에 개별 주유소 공급 명세를 제출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정유업계에 대한 압박을 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정부는 석유제품 수입 문턱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검토 작업에 착수했으며, 알뜰주유소 공급물량의 공동구매 입찰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묘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서민들 생활고 시달리는데 정부 "기름값 아직 괜찮다"
전문가들은 기름값으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을 줄여주려면 기름값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세를 내리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정부로서는 유류세가 물건을 구매할 때 붙어있는 간접세기 때문에 국민들의 세금 저항이 낮아 거둬들이기 편해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국세에서 유류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로 15조원에 달하기 때문.
기름값이 오르든 내리든 유류세로 인해 정부는 배를 불리고 있지만 유류세가 소득에 상관없이 부과되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앞서 박재완 장관과 최중경 장관은 유류세 인하에 대해 130달러 이상 올라가야 검토하겠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할당관세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였다.
박 장관은 "할당관세를 3%에서 0%로 내린다 해도 20원 인하 효과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달 21일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박 장관은 유류세 인하에 대해 다시 한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처럼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대해 반대 입장이 확고한 것은 지난 2008년의 학습효과 때문이다. 당시 인하폭의 약70%만 실제 판매가에 반영돼 효과가 크지 않았던데다 세수는 1조4000억원이나 줄어들었던 것.
또 일괄적으로 유류세를 낮출 경우 빈곤층·자동차 영업자뿐 아니라 부유층에도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올바른 정책이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정부는 국제 원유 가격이 배럴당 130달러 이상 되면 유류세를 인하하는 방향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컨틴전시플랜에 따라 기름값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급등할 경우 정부가 30% 범위 내에서 기본세율을 내릴 수 있는 '탄력세율' 역시 아직은 적용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지경부 한 관계자는 "재정부에서 유류세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로서는 재정부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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