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은정기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경제의 복병인 주택시장 살리기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해 "최근 금융위기와 경기후퇴의 가장 큰 요인은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라며 주택경기 부양책을 공식 발표했다.
네바다주는 미국에서 주택압류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부동표가 많은 지역이라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가도에도 중요한 곳이다.
이번 제안은 미 의회의 승인을 따로 필요로 하지 않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통해 가계 소비를 진작시킨다는 계획이다.
◇ 모기지 재융자, 깡통주택도 가능해진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은 "주택 소유자들이 재융자를 쉽게 받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국영 모기지업체인 페니매와 프레디맥이 보증하거나 보유한 모기지 대출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하고 재융자가 가능한 주택가격 수준을 없앤다"고 밝혔다.
재융자란 고금리로 주택을 산 사람이 모기지 금리가 내려가면 더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종전의 모기지를 대체하는 것이다.
이번 조치는 내년 중순까지 연장되는 모기지 구제 프로그램인 HARP(Home Affordable Refinance Program)를 확대한 것으로, 기존에는 재융자 규모가 주택가치의 125%를 넘지 않는 경우에만 대출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택가격 한도가 없어지면서 집값이 대출금을 밑도는 이른바 '깡통주택'도 융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로 미국 집값이 최고점 대비 30%까지 내려왔지만, 그간의 규정 탓에 모기지 금리가 4% 아래 사상 최저수준까지 내려가는 상황에서도 활발하게 재융자가 활용되지 못했다.
◇ 주택시장 살리기, 왜 나섰나?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문제는 미국 경제의 큰 골칫거리였다.
주택 가격이하락으로 가계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데다 고용시장까지 침체되면서 가계소비와 기업투자가 위축됐고, 이는 주택 수요 감소 등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어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뉴욕지사 분석에 따르면 금융위기후 미국 건설업에서만 약 20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 주택을 비롯한 건설부문의 회복이 없이는 일자리 증가도 어렵다는 것.
미국 가구 2가구 중 1가구는 깡통주택인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집값 부진은 가난에 대한 체감도를 높여 소비경기를 억제하는 요인이 됐다.
이런 가운데 가계의 빚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어줄 수 있는 방법은 재융자.
그러나 주택담보 대출자가 소유한 주택 가격이 하락해 가계 부채율이 높아지면서 재융자를 받는 것이 어려웠지는 등 실제로 재융자를 거절당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 당장은 우호적..급격한 주택시장 회복은 없을 것
이번 조치는 더이상 주택시장이 악화되는 것을 막는 효과를 주기때문에 일단은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FHFA는 "이번 대책으로 약 100만명의 주택 소유자들이 이득을 볼 것"이라며 "2013년말까지 재융자가 최고 현재 2배 수준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예상가능한 금리 움직임과 비용으로 예측했을때 2013년까지 약 160만명의 주택 소유자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주택시장이 급격하게 살아나는 효과는 없을 것이란 시각도 우세하다..
이미 차압주택이 800~900만가구 쌓여있는 등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기 때문이다. 또 국영 모기지 업체의 보증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나 연체중인 사람은 이용을 할 수 없다는 문제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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