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필현기자]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들이 ‘새 약가인하’ 고시 의견수렴 마감 날짜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법적대응 채비에 들어갔다.
‘약가인하’ 고시 의견수렴 마감은 다음달 10일까지로, 복지부는 한 주간의 추가자료(의견수용)를 검토한 후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한다. 규개위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새 약가인하’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국내제약사와 다국적제약사들은 규개위 통과가 확실시 된다는 전제하에 미리 법적인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제약사들은 정부가 발표한 ‘새 약가인하’ 정책과 관련, 이 정책 자체가 모순과 불합리성을 갖고 있어 위헌 소송을 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주된 내용은 ‘국민재산권 침해’로 “약제비가 낮은지 높은지, 높다면 얼마나 높은지에 대한 설명이 없고, 왜 모든 약값이 53.5%로 인하돼야 하는지도 불분명하다"는 논리로 법적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제약협회는 최근 긴급 이사장단 회의를 열어, 이와 관련한 내용으로 4곳의 로펌사들로부터 법적대응 프리젠테이션(PT)을 받았다.
이날 참여한 로펌사는 김앤장, 태평양, 율촌, 세종 등으로 알려졌다.
국내제약사들은 여기에 약가인하 개별품목별로 행정소송까지 낸다는 계획이다. 즉 위헌소송과 행정소송을 병행한다는 것이다.
국내제약사 한 법무팀 관계자는 “이번 약가인하 제도는 모순과 불합리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우리는 제도자체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과 행정소송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국적제약사들은 법적 대응에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위헌소송과 행정소송을 동시에 준비 중인 국내제약사와 달리 행정소송만 내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새 약가인하’제도를 수용하는 대신, 약가인하가 큰 개별품목별로 법적인 투쟁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국적제약사들은 이 같은 전략과 관련해 이미 법적 대응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다국적제약사의 한 대관업무 담당자는 “우리가 위헌소송까지 가기는 무리가 있는 것 같다”면 “각각의 회사별로 약가인하 품목을 따져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처럼 정부와 법적 대립을 하는 것이 결국 업계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복지부와 한국노바티스가 글리벡(백혈병치료제) 약가 인하로 소송을 진행해 결국 노바티스가 승소했지만 이후 비급여 약물허가가 줄을 이었다”면서 “어차피 정부와 업계가 이른바 '갑-을' 관계가 뚜렷한만큼 대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노바티스는 복지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2심까지 모두 승소했지만, 후속 제품이 잇달아 비급여 판정을 받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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