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한국 정치, 2강1중 시대 개막
통합진보당 약진으로 가능성 열어
2011-12-20 18:03:25 2011-12-20 18:05:02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통합진보당이 출범 후 2주 연속 10%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양자대결 구도로 전개되던 정당 지형에 변화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19일 주간 정례조사에서 10.2%의 지지를 얻어 한나라당·민주당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출범 후 첫 조사였던 지난 12일에도 10.3%를 얻었던 통합진보당은 단숨에 제3세력으로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이는 1990년 3당합당 이후 소선거구제·지역주의와 결합해 견고하게 유지돼 온 양당 구도의 판세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치르며 흔들릴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전 대표의 비대위 체제로 쇄신에 나선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으로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 민주당을 ‘2강’으로 분류한다면 진보당을 ‘1중’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통합진보당,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하지만 아직 당세가 미약한 통합진보당으로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통합진보당 출범 초기의 지지율만 가지고 향후 총선에서 최소 원내교섭단체(20석) 구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또 현행 선거법이 선거구마다 최다 득표자 한 명을 뽑는 소선거구제라는 것도 걸림돌이다. 소선구제 하에서는 ‘사표방지 심리’가 강하게 작용해 유권자들이 작은 진보정당을 외면하고 큰 정당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90년 3당 합당 이후 지역주의가 강하게 작용해왔다는 점도 통합진보당에게는 불리한 요소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90년대 이후 등장했던 대부분의 제3정당은 유의미한 세력화에 실패하거나 대선용 일회성 정당으로 그치고 말았던 점도 통합진보당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제3당, 성공한 사례가 없다
 
한국 정치사에서 제3당의 역사를 살펴보면 성공한 사례가 없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1992년 대선 출마를 결심하면서 창당한 통일국민당은 같은 해 3월 14대 총선에서 17.4%의 득표율로 지역구 24명, 전국구 7명 등 31명의 당선자를 배출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어진 14대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는 388만67표(16.3%)의 득표율을 기록해 김영삼, 김대중에 이어 3위에 그쳤고, 이후 국민당은 현대그룹 계열사들이 세무조사를 받는 등 위기에 처했다.
 
이후 정주영 국민당 총재는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가 진행되자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했으며, 국민당 소속 국회의원들도 잇따라 탈당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국민당은 1994년 박찬종의 신정당과 합당하여 신민당을 창당했다가 1995년 6월에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과 합당, 소멸되는 운명을 맞았다.
 
제3당은 15대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등장했다.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배한 이인제 당시 경기도지사가 1997년 10월 국민신당을 창당한 것이다.
 
하지만 이인제 후보는 492만5591표(19.2%)를 기록하며 3위로 낙선했다. 이후 국민신당은  1998년 9월 이만섭 총재와 이인제 전 대통령후보를 비롯한 7명의 소속 국회의원이 새정치국민회의로 입당하면서 소멸됐다.
 
16대 대선을 앞두고는 정몽준 현 한나라당 의원의 국민통합21이 제3당으로 등장했다. 당시 무소속이었던 정몽준 의원은 2002년 월드컵 4강 효과를 등에 업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단일화 경선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통합21은 2004년 3월에 개정된 ‘정당은 전국 5개 이상의 시도당에 각각 1000명의 당원을 보유해야 한다’는 정당법 규정에 따라 자격미달로 등록이 취소되면서 사라졌다.
 
이같은 제3당의 등장은 대부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급조했단 공통점이 있다.
 
◇통합진보당, 이념형 정당으로 제3당 입지 구축할지 관심
 
기존의 제3당과 비교할 때 통합진보당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통합진보당의 한 축인 구 민주노동당이 양당체제의 한국정치에서 오랫동안 군소정당으로 존재해왔다는 점이 그렇다.
 
비록 제3당의 입지를 다지지는 못했지만 10년이 넘는 동안 정당을 유지하면서 당원들이 의사결정을 하는 정당문화를 형성해왔다.
 
이 때문에 기존의 제3당처럼 소멸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은 향후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을 위협할 수 있는 제3당으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여기에 이정희·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와 노회찬·천호선 공동대변인 등 대중들에게 친숙한 스타 정치인들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들은 정치 토크 콘서트와 인터넷 라디오방송, 팟캐스트, SNS 등 21세기에 등장한 다양한 신기술과 수단을 통해 대중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다.
 
특히 미약한 당세를 확장하기 위해 전국적 조직을 강화하는 데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일 부산시당 창당을 시작으로 내달 15일까지 전국 시도당의 창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관건은 내년 총선 전까지 지지율 20%에 도달할 것이냐다. 남아있는 시간은 불과 3~4개월이다.
 
통합진보당이 과연 한국 정치에서 의미있는 제3당으로 도약할 것인지 여부는 향후 3~4개월이라는 기간에 15% 지지율을 돌파하느냐 여부에 달려있다고 분석된다.
 
15% 벽을 돌파할 경우 20%까지 단숨에 치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내년 총선에서는 민주통합당과 의미있는 경쟁을 통해 야권연대를 이뤄낼 가능성이 커지고, 통합진보당은 유의미한 제3당으로 자리잡게 된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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