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올해 유럽과 미국의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태양광 산업의 구조조정 움직임이 폴리실리콘 업계로 번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태양전지 업체의 파산 소식이 이어졌으나, 업황이 악화되면서 전방 산업인 폴리실리콘 업계에서도 가동률을 줄이거나 사업 계획을 보류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폴리실리콘 가격은 올 들어 역대 최저치인 28.6달러를 기록해 가격 경쟁력이 낮은 1만톤 규모 이하의 업체에 타격이 예상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CC는 이달 초부터 연산 3000톤 규모의 대죽 폴리실리콘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을 다른 생산현장으로 재배치했다.
KCC 관계자는 "태양광 업황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대죽 공장 생산을 중단한 것"이라며 "
현대중공업(009540)과 합작한 KAM 공장은 정상가동 돼 전체적으로 가동률이 45~50%를 보인다"고 밝혔다. KCC의 총 생산규모는 6000톤으로 생산능력의 절반이 축소된 셈이다.
◇ 폴리실리콘 28.6달러로 급락..1만톤 이하 업체는 팔수록 손해
문제는 지금의 상황이 KCC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라는 데 있다. 최근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심리적 저항선인 30달러 이하로 급락하면서 1만톤 이하의 업체는 팔수록 손해가 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21일 태양광 조사기관 PV인사이트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28.6달러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올해 최고 가격이었던 지난 3월 79달러에서 63%나 값이 폭락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OCI의 생산원가가 25달러임을 감안하면, 이보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30달러대를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도 "5000톤 이하에서는 20달러대의 제품이 나올 수 없다"며 "가동을 중단한 KCC나 다른 업체들의 원가가 30달러대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 중국도 3천~5천톤 규모 가동률 축소 움직임
이는 비단 국내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100개 이상의 업체가 난립한 중국에서도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한 업체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1월 말 3000톤 규모의 로컬 업체 두 곳이 6개월 동안 생산라인 정비와 보수를 이유로 생산을 멈춘 것을 비롯해 3000~5000톤 규모의 공장들의 가동률이 최근 절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선두 업체인 GCL만 간신히 가동률 조정 없이 생산을 유지하고 있다.
이기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의 3분의 1이 가동을 중단했거나 40~50%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지난해 태양광 업황이 좋았을 때 우후죽순 뛰어들었다가 지금은 간신히 현상을 유지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선두 업체를 제외하고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1만톤 이하 업체를 중심으로 공장이 문을 닫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 '후방' 이어 전방산업 폴리실리콘업계도 바짝 긴장
업계에서는 최근 "폴리실리콘 업체가 겪는 어려움이 이제 본격화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동안 태양전지 셀, 모듈 업체 등 후방산업 업체를 중심으로 파산 소식이 전해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전방산업인 폴리실리콘 업계는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 감소만 걱정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4분기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폴리실리콘 업체들도 셀과 모듈 생산업체처럼 생존 자체를 걱정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업황 악화가 지속되면서 폴리실리콘 업계의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내년 세계 시장은 점점 바닥을 다져가며 재고가 해소되고, 이 가운데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라며 "내년 중반부터 전환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용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 하반기부터 태양광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며 "다만 선두권 업체들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규모의 경제에서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업체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한 폴리실리콘 제조업체 관계자는 "향후 2년간은 업황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원가절감과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공장건설, LG화학 '보류'하고 한화는 '예정대로'
한편 올 하반기 들어 태양광 시장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폴리실리콘 공장을 설립키로 한 기업의 행보도 엇갈리고 있다.
LG화학(051910)은 이달초 사업환경 악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여수 공장 부지에 연산 5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을 보류한다고 밝혔다.
반면
한화케미칼(009830)은 예정대로 여수 국가산업단지에 연산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공장의 기반공사가 끝나간다"며 "예정대로 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정밀화학(004000)도 울산사업장 내 연산 1만톤 규모의 공장 건설을 발표했으나 아직 착공은 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계획대로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다만 합작사와 일정을 조율하고 있어 공사 착수는 시작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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