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해 식품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지속적인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가격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더욱이 올해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 가격 인상마저 제한돼 어려움이 가중된 한해였다.
우리나라는 쌀, 밀, 콩, 옥수수, 보리 등 연간 2000만톤의 곡물을 소비하는데 이중 600만톤 정도만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1400만톤은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밀, 옥수수 등 원재료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 가공하는 국내 식품업계는 국제 곡물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 80%가 메이저 수입곡물상에 의존..원가비중 40~60%
또 ADM, 벙기, 카길 등 국제 곡물 메이저로부터 국내 수입곡물 도입량의 80% 이상을 의존하고 있어 다른 나라에 비해 수입가격이 싼 편도 아니다.
게다가 가공식품은 원재료에 대한 원가 비중이 평균 40~60% 수준으로 높아 원재료 가격 상승은 곧 생산단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 자료에 따르면 품목별 원재료비 비중이 50% 이상인 품목은 식용유(60%), 오렌지주스(59%), 제빵(51%), 가공유(50%)로 조사됐고 50% 미만인 품목은 라면(49%), 육가공품(45%), 과자류·청량음료·빙과류(40%), 커피믹스(39%)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기준 국제 원료 농산물 가격은 옥수수 43%, 대두 21%, 밀 14%, 원당 10% 등 6개월 전인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추가로 최대 43%까지 상승했다.
밀, 대두, 옥수수, 원당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제분 6.2%, 제당 5.2%, 배합사료 4.0% 등의 순으로 영향이 크다.
이중 밀 가격이 10% 상승하면 제분과 빵·과자·면류에 각각 5.8%, 1.0%의 상승 요인이 되며 옥수수 가격 10% 상승은 전분 및 당류 2.5%, 배합사료 2.2% 등의 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
특히 밀은 국내 생산량이 소비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해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7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아직까지 급등 전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 가격 인상해도 실적↓..수입선 다변화만이 살길
대한제분의 경우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2.9%, 157.1% 감소했으며 동아원도 각각 204.5%, 255.7%씩 급락했다.
이와 함께 설탕의 원료인 원당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 상반기에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기업들이 약 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울러 이러한 원재료비 외에도 유가상승 등에 따른 합성수지 포장재 등 부재료비와 인건비도 증가해 실적 악화에 기여했다.
한편 이러한 국제 곡물 가격 인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와 곡물을 이용한 바이오 연료 사용 증가 등으로 곡물 소비량이 생산량을 초과하기 때문이다.
또 중국, 인도 등 인구가 많은 국가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육류 소비가 증가해 사료용으로 사용되는 곡물이 급격하게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투기자본의 시장왜곡, 신흥국가들의 수요 증가, 잦은 기상이변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으로 식품 가격변동성 확대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향후 식량부족에 따른 급격한 가격 변동은 일상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국제 곡물 가격은 2011/12년도에 일시적으로 하락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상승세로 전환되고 2010/11년도 수준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옥수수, 밀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곡물에 대해서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가 가격 급등 시 방출할 수 있는 공공비축제도를 도입하고 곡물의 장기 공급 계약, 선물시장 활용 등 수입선과 수입방법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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