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온라인 게임, 2년만에 30% 감소
중소 게임들, 중국 게임·대작 게임에 밀려나
게임 다양성 실종..게임산업 몰락 신호
2012-01-13 08:03:13 2012-01-13 08:03:13
[뉴스토마토 김현우기자] 국내 게임산업의 기반이 말라가고 있다.
 
12일 게임물등급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불과 2년 사이에 국산 신작 온라인 게임 숫자는 약 30% 감소했다.
 
게임위에서 등급을 받은 온라인 게임은 2009년 997개, 2010년 800개, 지난해에는 687개로 감소 추세다.
 
이 같은 추세가 계속 된다면, 몇년 뒤에는 국산 신작 온라인 게임 숫자는 두 자리 수가 될 수 있다.
 
게임위 측은 “국산 온라인 게임의 등급부여 숫자는 줄고 있지만, 전체 등급부여 게임 숫자도 줄고 있다”며 “국산 게임 비율은 60~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는 국내에서 온라인 게임 개발 의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산 신작 게임이 줄어드는 이유는, 우선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들이 국산 게임보다 중국 게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퍼블리셔는 개발 중인 게임에 대해 계약금을 지불하고, 개발사로부터 서비스 판권을 얻는다.
 
이럴 경우 게임 개발이 늦어지면 퍼블리셔는 그 만큼의 기회 비용을 잃게 된다.
 
게임 개발이 도중에 무산되거나 시장에서 실패할 경우도 있다.
 
반면 중국 게임은 검증된 게임을 사서, 빨리 국내 서비스를 할 수 있다.
 
대량 생산된 중국 게임은 가격도 국산 게임보다 싸서, 시장에서 실패하더라도 퍼블리셔는 부담이 적다.
 
중국 게임사들의 기술력이 국내 게임사를 많이 따라잡으면서, 퍼블리셔들은 국산 게임 서비스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또 대형 게임 퍼블리셔들은 해외 시장에 수출하기 위해 게임을 직접 제작하는 것도, 중소 개발사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온라인 게임 퍼블리싱에 주력했던 네오위즈게임즈(095660), CJ E&M(130960) 넷마블 등은 지난해 게임 개발사로 변신을 선언했다.
 
이 때문에 중소 개발사의 게임이 시장에 소개될 기회는 더 줄어들었다.
 
국산 게임 개발이 대작 게임에만 쏠리는 것도 국산 신작 게임 숫자를 줄였다.
 
대작 국산 게임에만 많은 자본과 인력, 관심이 몰리면서, 중소형 게임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려워졌다.
 
신작 게임 감소는 국내 게임 산업의 장기적인 위험이다.
 
숫자가 주는 만큼 게임의 다양성과 신선함을 잃어버리고, 결국 한국 게임은 시장에서 검증된 요소만 모아놓은 식상한 게임들로 가득 차게 된다.
 
일본 비디오 게임 개발사들은 비슷한 몰락 과정을 밟고 있다.
 
국산 게임 라인업이 줄어드는 것은 해외 수출에서도 불리하다.
 
해외 온라인 게임 시장은 지역과 나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 만큼 다양한 게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 개발된 대작 게임은 동남아 등 신흥 시장의 PC인프라에서는 잘 돌아가지 않는다.
 
위기감을 느낀 게임업계 사이에서는 정부가 게임사업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다른 수출 업체들처럼 게임 개발에 세금 감면 등 혜택을 주고, 중소게임의 해외 수출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 업계의 목소리는 정부에 닿지 않고 있다.
 
한 게임사 관계자는 “몇몇 잘나가는 대형 게임사들만 보는 정부는 게임 산업이 계속 잘 나가고 있는 줄만 안다”며 “결국 정부는 게임 규제 이슈에만 정신이 팔려, 게임 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걸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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