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주식워런트증권(ELW) 부당거래 혐의로 기소된 증권사의 재판에서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앞서 12개 증권사 가운데 7개 증권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가 판결 근거로 삼은 'ELW 거래내역 분석결과'와는 다른 결론이 도출된 분석물을 확보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으로, 만약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현재 선고가 예정된 5개 증권사에 대한 유무죄 여부는 이전 증권사의 결론과는 달라질 가능성도 크다.
당초 신한금융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에 대한 선고기일로 예정됐던 13일 검찰은 "스캘퍼(초단타매매자)의 주문이 일반투자자의 거래에 영향을 끼친다는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자료를 증거로 제출한다"라고 말했다.
◇ 검찰 분석자료, 대신증권 재판부와 다른점은
이날 검찰은 스캘퍼의 주문으로 인한 일반투자자 거래의 기회상실 가능성이 0.008%라고 판시한 대신증권 재판부(형사27부·김형두 부장판사)의 판결 근거를 반박했다.
검찰은 당시 27부는 2010년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3개월간 대신증권에서 이뤄진 ELW 거래 내역을 분석해 '유동성공급자(LP)는 기초자산가격 변동 이후 0.028~0.036초 이내에 ELW 호가를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27부는 '스캘퍼가 빠른 속도를 이용해 LP호가 직전 물량을 선점함으로써 일반투자자의 매매기회가 상실되는 구간은 0.008~0.016초 정도의 구간'이며 '이 중에서 일반투자자 주문의 기회상실 가능성이 제기된 부분은 0.008%'라고 밝힌 바 있다.
판결문 말미에서 27부는 '대신증권을 이용하는 일반투자자가 ELW 거래를 하는 데 있어서 이 사건 스캘퍼들로 인해 거래 기회를 상실하는 경우는 실질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이 새로 제출한 증거에 따르면 일반투자자의 거래기회 상실 가능성은 대폭 커진다.
검찰은 '여백(여의도 백화점)팀'이 ELW 종목 가운데 2년6개월간 거래했던 한 종목의 하루 분량 데이터를 재판부에 제시하며 "스캘퍼의 주문이 나간 이후 1초 주문 사이에 LP의 호가가 변경되는 경우가 80%, 2초 사이엔 100%"라고 말했다.
또 검찰은 대신증권 재판부가 제시한 일반투자자의 거래기회상실 가능성 0.008% 수치는 단지 3개월 간의 거래내역을 분석한 결과이지만, 검찰이 이번에 실시한 12개 증권사별 2년6개월간 전체 거래내역 분석 내용에 의하면 대신증권 재판부와는 전혀 다른 분석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어제 저녁 늦게 검찰 측의 자료를 받아봤는데, 이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라도 생각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변호인은 "재판부가 증거를 살펴보기 위해 변론을 재기하길 원한다면 20일로 예정된 우리투자증권의 선고기일전까지 변호인이 검찰 증거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겠다. 변호인의 의견서가 받아들여질 경우 우리투자증권과 함께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물론 검찰이 새로 제출한 증거가 공소사실의 전부를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무죄 선고를 내린 대신증권 재판부의 판결 근거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어서 살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선고기일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 '검찰 분석자료' 왜 늦었나..의견 분분
검찰은 형사28부(김시철 부장판사)에 12개 증권사별 '2년6개월간 ELW 전체 종목 거래내역'에 대한 사실조회를 신청, 증권사와 코스콤으로부터 지난해 11월 중순에 자료를 제출받아 거래 패턴에 대한 유형 분석작업을 A대학교 연구소에 의뢰한바 있다.
대신증권과 한맥투자증권 등 7개 증권사에 대한 선고기일에 앞서 검찰은 '선고기일을 연기해주면 빠른 시일 내에 거래자별 'ELW 거래내역 분석결과'를 제출하겠다'고 말했지만, 이같은 검찰의 주장은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검찰이 증권사를 기소하고나서 뒤늦게 재수사를 시작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시 27부의 김형두 재판장은 "검찰에서 추가로 제출하려는 'ELW 거래유형' 분석 보고서는 수사 초기 단계에서 이미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먼저 거래유형을 분석한 이후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 혐의 유무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 측 변호인 역시 "검찰의 보강수사 때문에 피고인들이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변호인은 "혹여 검찰이 분석자료를 내더라도 그 결과물이 증거로 쓰이려면 여러 단계의 검증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변호인은 "A대학교에 분석을 의뢰했다고 들었는데, 분석자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또는 어떤 기준으로 분석하는지에 대해 변호인은 아무것도 모른다. 검찰이 자료를 내면 변호인도 마찬가지로 그 자료에 대한 동일한 분석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만 선고기일 전에 검찰이 분석자료를 낼 수 있으면 받아주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검찰은 기간 내에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분석해야했던 ELW 거래내역의 전체 양이 1테라바이트(TB)에 달하며, 이같이 많은 양의 자료를 읽는 시간과 이를 분석할 인력을 확보하는 데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이미 완성됐던 분석결과를 이제서야 제출하는게 절대 아니다. 이번에 제출한건 스캘퍼 한팀이 2년6개월간 거래했던 한 종목에 대한 분석결과"라며 17일 결심이 예정된 25부(현대증권·이트레이드 심리)의 재판에서도 증거로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LW 재판, 향후 어떻게 진행되나
검찰이 스캘퍼의 주문으로 인한 일반투자자 거래의 기회상실 가능성이 대폭 커질수도 있다는 취지의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면서 ELW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ELW 관련 7개 증권사에서 잇따라 무죄가 선고돼 '검찰의 무리한 수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일반투자자의 피해에 증권사가 일정 부분 역할을 개입했다는게 입증된다면 일부 유죄가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금융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측 변호인은 20일 이전까지 검찰의 증거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해야 하며, 변호인의 주장이 재판부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ELW 재판의 변론은 재개될 전망이다.
선고를 앞둔 우리투자증권 재판과 17일, 31일에 각각 결심과 선고가 예정된 현대증권, 이트레이드증권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혹여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영향으로 증권사에 일부 유죄가 선고될 경우 앞서 무죄를 선고받은 7개 증권사는 항소심에서의 대응이 녹녹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LW 관련 재판은 지난해 6월 검찰이 스캘퍼에게 증권사 내부 전산망을 제공하는 등 부당한 수단을 제공한 혐의로 12개 증권사 대표와 임원, 스캘퍼 등 모두 50여명을 기소하면서 시작됐으며,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4개 재판부에 배당돼 6개월간 검찰과 변호인 간에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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