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훈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허위 정보로 주가를 조작하고 그 차익을 고스란히 챙기는 이른바 '작전'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몇년전
OCI(010060)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거래했다는 혐의로 국내 유명 언론사주가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데 이어, 외교부가 두차례나 허위 보도자료를 배포해
씨앤케이인터(039530) 주가조작에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전국이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대형 스캔들 이외에도 코스닥시장에선 소소한 작전이 매일같이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국내 주식시장의 건전성을 좀먹는 작전의 현황에 대해 3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주]
작전이 지능화되면서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도 팔을 걷어부쳤다. 시장경보조치를 한층 강화해 진화하는 작전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각오다.
지난해 초 주식 불공정거래 신고포상금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려 시장 참여자들의 참여를 강화했다면 올해에는 감시규정을 개선해 작전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투자경고는 급등 시그널? "3월부터 시장경보강화"
김도형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지난 7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를 통해 "시감위는 현행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매매정지 단계로 진행되는 시장경보조치를 한층 강화해 투자경고 조치 다음 바로 매매정지를 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달 안에 금융위 승인을 받아 3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간의 조치가 시장에서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정치테마주가 기승을 부렸지만 현행 체제는 폭등하는 주가를 진정시키는데 한계가 있었다.
김 위원장은 "시감위가 시장에 불공정거래에 대한 신호를 꾸준히 보내왔음에도 이상급등 현상이 반복되는 사례가 발생했다"며 "투자경고 단계에서 투자위험 단계로 격상하는 기준이 엄격한 탓에 투자경고 조치를 더 이상 겁내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세칙 개선의 이유를 설명했다.
실제 시감위는 작년 초부터
안철수연구소(053800)와
EG(037370) 등 이른바 정치테마주 종목에 대해 총 14차례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이들 종목 대부분은 여전히 급등세를 이어갔다. '투자경보 조치는 추가 상승의 시그널'이란 조소어린 비판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 체제에선 투자경고 종목이 투자위험 종목으로 격상되고, 이후 매매거래를 정지하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 투자경고 종목 지정 이후 5일간 75% 상승하거나 20일간 150%상승을 기록하면 투자위험 종목에 지정되고, 이후 연속 3일간 최고가를 경신할 경우에만 하루동안 매매가 정지된다.
하지만 개정된 제도 하에서는 투자위험단계가 사라져 경보단계가 하나 축소된다. 아울러 투자경고 이후 매매정지로 격상하는 기준도, 현행 투자경고에서 투자위험으로 올리는 기준보다 완화해 매매정지를 좀더 용이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투자경고 조치를 받은 47개 종목 가운데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된 종목은 불과 3개 종목(6.38%)에 불과하다. 대다수 테마주 종목들이 포진한 코스닥시장의 경우 56개 가운데 1개(1.79%) 뿐이다.
시감위는 각 증권사가 테마주 불건전 매매 땐 즉시 수탁거부 예고절차로 들어가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엔 '구두경고-서면경고-수탁거부예고-수탁거부' 등 4단계 절차를 밟아야 했다.
◇"메신저 감시권한·인원충원 시급"
시감위의 자구적인 노력만으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운 문제도 있다. 시장 혼란을 야기하는 사설 메신저에 대한 접근권한을 확보하는 것이 첫번째 숙제다. 작전 세력이 시장을 교란하는 도구로 가장 쉽게 이용하는 것이 바로 사설 메신저인데 수사권한이 없는 시감위는 개인정보보호 이슈 때문에 이에 접근할 수 없다.
시감위는 이런 한계를 경찰과의 업무공조 강화를 통해 풀겠다는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수사권한을 가진 경찰과의 공조가 중요하다"며 "거래소는 이상급등 과정에서 누가 부당한 이득을 올렸는지 좀더 쉽게 알 수 있고, 경찰은 구체적인 정보에 따라 수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지난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증액한 주식 불공정거래 신고 포상금 한도를 더욱 확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포상금을 증액한 이후 불공정거래 신고 건수가 예년에 비해 60%가량 늘었다"며 "향후 신고하는 이들이 손쉽게 신고센터에 접근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감위 인원충원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신시장 감시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업무효율성은 높아졌지만 향후 대체거래시스템(ATS)이 도입된다면 업무 범위가 확대되는 만큼 현재의 인원으론 역부족이란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현재 시감위 인원은 120명으로 첫 출범 당시인 6년 전보다 오히려 인원이 줄었다"며 "인원은 줄었는데 시장 규모는 커졌고 시장 불공정거래는 지능화되고 있어 인원 확충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테마주 등 이상급등 종목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성적 판단을 당부했다. 그는 "국내 증시는 외국과 달리 단기투자가 무척 활성화돼 있어 주변의 루머에 현혹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에 시장경보조치를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각 투자자는 본인의 투자원칙을 잃지 마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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