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금융은 필요할 때 자금을 융통해 경제주체들이 원활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금융제도나 정책적 오류·부실, 금융회사의 횡포, 고객의 무지와 실수 등으로 금융소비자들이 금전적·정신적 피해와 손실,
부당한 대우를 당할 때가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소비자들이 이런 손실과 피해를 입지 않고 소비자로서 정당한 자기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사례를 통해 보는 '금융소비자권리찾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29)
서울 동대문에 거주하는 주부 한 모씨는 지난 2003년 6월 남편 최 모씨를 피보험자로 해 A생명보험회사 보험에 가입했다.
약 3개월 후인 9월4일 남편 최씨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천안에 내려갔다가 저녁식사 후 갑자기 쓰러졌다.
최씨의 친구는 곧바로 119에 신고했고 약 15분만인 오후 8시1분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다.
당시 119구급대는 사고 경위서에 '급성질환(갑자기 쓰러졌다고 하며 현장 도착시 호흡·맥박·동공·반응 보이지 않음)'이라고 기재했다.
구급대는 최씨를 곧장 인근 대학병원으로 옮겼지만, 최씨는 병원에 도착한 8시30분 숨을 거뒀다.
최씨가 이송된 대학병원 의사는 시체검안서에 최씨의 추정사망일시를 2003년 9월4일 20시30분, 직접사인은 '급성심근경색(의증)', 발병부터 사망까지의 기간은 '약 40분'이라고 기재했다.
최씨의 사망 후 부인 한씨는 시체검안서를 근거로 보험사에 급성심근경색 치료자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시체검안서에 '급성심근경색(의증)'으로 기재돼 있을 뿐 진단확정된 사실이 없으므로 사망원인을 급성심근경색증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책임준비금만을 지급했다.
보험사는 "보험자가 사망 전 가슴에 통증을 호소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주변인의 진술에 의한 것일 뿐 급성심근경색을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보험사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한씨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보험약관에 보험기간 중 피보험자가 뇌졸중 또는 급성심근경색증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사실이 확인되면 그 사망일을 진단확정일로 해 치료자금을 지급한다고 돼 있는 만큼, 부검을 통해 급성심근경색증 진단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한다면 이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위원회는 "부검의 경우 타살 가능성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오로지 '보험금 지급사유에 해당하는지 알기 위해' 시체를 해부하는 것은 사회 통념상 수긍하기 어렵다"며 "부검을 해도 증상이 발생하고 나서 곧바로 사망하는 경우에는 확인이 불가능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 부검에서 확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현실적으로 최씨 사망 후의 급성심근경색증 진단은 대부분 임상학적 소견에 의할 수밖에 없으며 약관에서 임상학적 소견만으로도 진단확정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시체검안서에 기재된 임상학적 소견만으로도 약관에서 인정하는 진단방법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위원회는 최씨가 사망하기 전에 흉통을 호소했다는 진술만을 근거로 사망원인을 급성심근경색(의증)으로 진단했으므로 치료자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보험사의 주장에 대해 "의사가 사망전후의 상황을 종합해 임상학적 소견에 따라 사망원인을 급성심근경색(의증)으로 진단했다고 해도 의학적인 오류가 발견되지 않는 한 이는 사실상 진단이 '확정'됐다고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위원회는 이에 따라 보험사에 "시체검안서에 기재된 사망원인에 따라 치료자금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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