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중수부 폐지' 압박에 살 길 찾아 나섰나?
하이마트·이상득·노정연 등 잇따른 사건 수사 배경 의구심
2012-02-29 09:21:34 2012-02-29 09:21:48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의 최근 행보에 대해 중수부 폐지 여론에 맞불을 놓기 위한 자구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하이마트 경영진의 비리 의혹을 직접 수사하는 데 이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하던 이상득 의원에 대한 수사와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의 미국 아파트 매입을 위한 돈 전달 의혹사건 수사를 직접 다루면서 나오는 이야기다.
 
정연씨에 대한 수사는 지난 1월26일 국민행동본부의 수사의뢰로 시작됐다. 국민행동본부는 조갑제 닷컴 대표인 조갑제씨가 월간조선 2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밝힌 관련 의혹을 근거로 삼았다.
 
조씨는 "[추적] 중단된 盧武鉉 수사, '노정연(노무현 딸)과 13억 돈상자의 미스터리'" 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정연씨가 아파트 매입 잔금 13억원을 미화로 바꿔 미국의 경모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중수부 1과에 배당됐고, 지난 25일에는 13억원을 미화로 바꿔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은모씨를 체포해 조사했다.
 
이를 두고 민주통합당 등 야권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부관참시하는 것으로, 명백한 선거개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28일 "수사의뢰에 따른 것이지 다른 배경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수사를 끄집어내자는 것이 아니라 새로 문제가 제기된 13억원 부분에 대해서만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수부는 최근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77)의 각종 비자금 조성의혹과 관련된 수사에도 직접 나서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그 배경을 두고도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 최종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효율적인 수사측면에서 병합수사를 검토하고 있다. 유명인사가 여러 사건에 연루된 경우에는 같이 진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중수부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는 것은 4월11일 19대 총선에 임박한 시점이라는 데 있다. 올해 말에는 대선도 기다리고 있다.
 
더군다나 정연씨 사건이나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둘 다 휘발성이 매우 강하다.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총선은 물론 대선 정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다만, 수사의 대상 중 한명인 정연씨는 야당쪽과 관련이 깊고, 이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라는 면이 다르다.
 
청와대와 야당쪽 모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수부의 이 같은 수사 진행에 대해 중수부 자체의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측면에서도 균형이 맞을 뿐만 아니라 이 균형을 잡고 두 수사를 한꺼번에 진행하기에도 비교적 수월할 수 있다.
 
특히 이 의원에 대한 수사는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의 형에 대한 수사라는 데서 국민적인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검찰개혁과 함께 ‘중수부 폐지’를 외치는 지금의 형국에선 더욱 그렇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제수사야 검찰 본연의 임무고, 일단 우리가 증거 판단이 가능하다고 본 것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총선, 대선과 관계없이 검찰이 부정부패나 이런 것은 계속 수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순수한 수사논리로 봐 달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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