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주연기자] 계속 되는 전산장애로 불안감을 키워온 농협의 전산관리 감독을 놓고 금융당국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농림수산식품부 관할이던 농협이 금융지주사로 재탄생하면서 금융당국이 직접 관리감독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전산운영은 개정 농협법에 가로 막혀 여전히 손을 델 수 없기 때문이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농협지주사는 개정 농협법에 따라 앞으로 최대 5년간 전산망 관리 및 운영을 지금처럼 농협중앙회에 맡길 수 있다.
지난달 11일 개정된 농협법 부칙에는 금융업 전산시스템 운영을 지주사가 설립된 날부터 3년까지 중앙회에 위탁할 수 있고, 위탁기간이 끝나도 이전이 곤란한 경우에는 위탁운영 기간을 최장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됐지만 최대 5년간 농협중앙회가 지금처럼 IT본부를 위탁 운영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앞으로도 농협 전산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감독과 징계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정법상 농협은행이나 보험 등 농협 금융지주 전산에 문제가 생겨도 지금처럼 중앙회에 전산운영 위탁을 맡길 경우 은행장 등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을 징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농협금융지주에 대해 전산시스템 준비 상황 등 대대적인 종합검사를 예고하고 있지만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지주사 관련 임원에 대한 징계는 불가능하다는 것.
지난해 4월 사상 초유의 전산망사고를 낸 농협이 당시 전산기술부문 본부장 등 20여명의 임직원이 직무정지 등 중징계를 받았지만 최 회장이 징계 대상에서 빠져 논란이 된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권은 농협 전산문제와 관련해 '농협보험' 분야의 위험성을 우려하고 있다.
농협보험은 지난 2일 농협이 '1중앙회·2지주회사' 체제로 개편되면서 기존의 공제사업에서 보험사업으로 전환했다.
기존 은행업무가 대부분 그대로 이전된 은행쪽과는 달리 보험은 신규상품 등을 중심으로 새로운 전산 작업이 상당부분 필요하지만 여전히 농협의 전산시스템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농협보험 규모가 확대될 경우 전산 사고 발생시 겉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예상됨은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염려해 농협의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의 전산시스템 안정성이 확인될 때까지 신규상품 판매를 서두르지 말 것을 당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산 장애를 막기 위해 기존 방화벽을 더 높게 세우는 수준으로는 곤란하다"며 "현재의 예산 수준에서 IT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개정법에 묶여 당국이 직접 개입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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