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기업 등쌀에 '벼랑끝' 몰리는 영세 가맹점주들
①출총제 폐지뒤 대기업 러쉬..레드오션 넘어 '블러드오션'으로
본사 횡포에 '피눈물'..공정위는 '강건너 불구경'?
2012-03-11 10:00:00 2012-03-11 10:00:0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시중 마트에서 파는 것과 같은 재료를 20~30% 이상 가격을 부풀려 '묻지 마'식으로 구매하라는 본사 요구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지난해부터 S사의 월남쌈 가맹점 사업을 시작한 이시영(가명·35세)씨의 토로다.
 
이씨는 얼마 전 가맹점 본사로부터 터무니없이 비싼 본사 물품의 구매를 요구받았다. 이 요구를 거부하자 본사는 물류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고, 결국 이씨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는 "본사에서 강제로 팔려는 물품이 사실 본사에서 제조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 마트에서 파는 가격에 본사의 마진을 더해서 공급하는 형태인데,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출총제 폐지뒤 대기업 대거 진출..‘가맹점주 옥죄기’
 
이 같은 사례는 이씨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2~3년간 재벌·대기업의 가맹사업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전체 프랜차이즈 사업자의 3%에 불과한 대기업들이 업종 전반을 과열상태로 몰아넣으며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이 전체 가맹 사업시장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기존의 중소규모 가맹사업 본부들도 가맹점주를 더욱 옥죄고 있는 상황이다.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부장은 "지난 2009년부터 출자총액제도가 무력화된 이후 가맹점 사업에 대기업 진출이 시작됐고, 그후 3%의 대기업이 프랜차이즈 전체 시장 파이의 절반을 먹었다"며 "이로 인해 시장 전체의 수익률이 악화되면서 블러드 오션이 초래됐다"고 지적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사이 분쟁사건도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가맹본사와 가맹점의 분쟁사건은 지난 2007년 188건에서 2009년 367건으로 두 배 이상 급등한 이후 2010년에는 414건을 기록했고, 9일 현재까지 집계된 분쟁건수는 무려 2135건이다. 
 
이 중에서 이씨와 같은 일방적 가맹계약해지 및 가맹금 반환 관련 사건은 1057건으로 절반가량이 된다.
 
이외에도 부당한 계약해지 및 갱신거절 철회건이 192건, 일방적 계약변경 철회건이 145건 등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개인 간 분쟁에 대한 구제는 가능하지만 불공정 약관의 제도개선이나 본사에 대한 규제 등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가맹점주와 대기업간의 불공정 거래에 대해서 이렇다 할 규제 방법이 없다는 얘기다.
 
공정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본사와 가맹점의 분쟁 문제는 개인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문제"라며 "제도적인 규제 등으로 행정력을 낭비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대기업 "소송? 걸어봐!"..공정위 대책은 ‘헐리우드액션'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지난 6일 유명 프랜차이즈 본부 관계자들과 일정 범위 내 출점 거리 등을 제한하는 ´모범거래 기준´을 업계 자율적으로 마련해 시행키로 결정했지만, 이마저도 ‘헐리우드 액션’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모범거래 기준에 합의한 업체는 파리크라상(파리바게뜨), CJ푸드빌(뚜레쥬르), 교촌에프엔비(교촌치킨) 등 11개 업체인데, 사실상 업계 자율적으로 만드는 기준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시행시기조차도 정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무성 대한가맹거래협회 사무국장은 “일부 업체들끼리 도덕적으로 합의한 기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언적 의미 이상의 의미부여가 힘들다”면서 “대기업이 초래한 지나친 경쟁구도 때문에 자율적인 조정이 이뤄지기 힘든 만큼 가맹거래사의 분쟁 조정 참여를 확대하는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맹점주가 분쟁신청을 하고 싶어도 법적효력이 없기 때문에 본사가 분쟁조정을 거부하면 바로 소송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소송비용 때문에 돈이 없는 가맹자 사업들은 소송을 걸지도 못한 채 피해를 본 채 포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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