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찰 강훈 변호사 조언, "징계사유" vs "변론의 전략"
2012-03-16 17:03:47 2012-03-16 17:03:51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법무비서관 출신인 강훈(법무법인 바른 대표)변호사가 민간인 불법사찰 재판을 앞두고 증거인멸과 관련 조언을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강 변호사의 조언이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에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하고 있는 변호사법 제24조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반면, 일부 인사들은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해하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15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인 강 변호사가 청와대 인사의 증거인멸 지시사실을 밝히지 말 것을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호사 A씨는 "의뢰인의 범죄행위를 알려야하는지 말아야하는지는 항상 변호사 입장에서 상호 충돌이 되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강 변호사의 행위는 품위유지의무에 한해서 볼 때 진실을 은폐한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A씨는 "의뢰인에게 불리한 것을 변호사와 의뢰인이 함께 말하지 말자고 하는 경우는 상당히 많다. 또 이것이 옳은 행위다"라면서도 "하지만 이것이 범죄를 은폐하는 중대한 사안일 경우에는 진실을 은폐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일할 의무도 있다"며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변호의 전략을 넘어 범죄를 은폐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또 다른 변호사 B씨는 "자신의 의뢰인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변호사법 상 품위유지의무에 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B씨는 "장 전 주무관의 변호인도 있었다. 강 변호사가 그렇게 얘기를 했다고 해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장 전 주무관측 변호사가 나름대로 적절히 판단을 했을 것"이라면서 "강 변호사의 조언이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B씨는 "변호사가 증거인멸을 한 것도 아니고 허위사실을 진술한 것도 아니다. 단순히 이야기 안하면 좋겠다고 한 것이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다"며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과 완전히 다른 허위를 말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자신의 피의자를 위한 변론과정에서 그렇게까지 얘기할 필요가 없겠다고 조언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 관계자는 "당사자들 진술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양쪽의 진술을 맞춰보고 구체적으로 살펴봐야한다"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보고 강 변호사의 조언이 변론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인지를 판단해야할 것"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변호사법에 정통한 이 관계자는 "지금 한쪽에서만 발언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에 강 변호사의 조언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얘기가 나왔는지 상황을 살펴봐야 징계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강 변호사는 16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장 전 주무관은 사건을 자기 혼자 주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한 일이라면 죄가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며 "나는 사실이 그렇다고 해도 장 전 주무관이 무죄가 될 수는 없다는 조언을 했다"고 밝혔다.
 
강 변호사는 "나는 당시 장 주무관의 변호인이 아닌 진경락 전 공직자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의 변호인이었다"면서 "기본적으로 변호인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장 주무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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