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씨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문환철 대영로직스 대표(구속기소)는 "SLS그룹 구명로비를 위해 박 전 보좌관에게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정선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씨에 대한 공판기일에서 문씨는 "박씨에게 돈을 건네기 전에 SLS그룹의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SLS그룹의 워크아웃이 잘 되도록 도와달라는 취지로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앞선 공판기일에서 문씨를 통해 'SLS그룹 구명 청탁'과 함께 이국철 SLS그룹 회장(구속기소)으로부터 총 6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에 대해 부인한 바 있다.
당시 박씨 측 변호인은 "이 회장이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으니 (박씨에게)알아봐 달라고 한 것"이라며 구체적 청탁 내용이 오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문씨는 "박씨에게 'SLS 구명로비' 대가로 돈을 건넸고, 박씨가 SLS그룹 관련 문제를 알아봐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박씨 측 변호인은 "박씨는 9만달러를 문씨에게서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돈을 건네고 나서 착각한거 아니냐"고 따져묻기까지 했다.
그러자 문씨는 "9만달러를 박씨에게 건네던 날에 박씨가 무척 바빠보여서 별다른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고 바로 돈을 건넨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또 "증인(문씨)의 사업이 잘되고 있었기 때문에, 박씨의 어려운 사정을 도와주겠다면서 돈을 건넨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문씨는 고개를 떨군 채 "그렇지 않다. 잘 모르겠다"라고 답변했다. 문씨는 이어 "SLS그룹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아봐달라는 정도로 부탁했고, 박씨가 창원지검 수사와 관련해 알아봐주겠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문씨는 법정에 들어서면서부터 고개를 숙였으며, 피고인석에 앉은 박씨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이 같은 문씨의 행동은 증언하는 내내 계속됐다. 문씨는 변호인이 신문할 때도 변호인의 옆에 앉은 박씨를 보지 않은 채 작은 목소리로 질문에 대답했다.
이같은 상황을 눈치챈 검찰은 문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마치면서 "문씨는 박씨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문씨는 검찰에서 박씨와 대질조사할 때 옆에 앉은 박씨에게 '죄송합니다, 보좌관님'이라는 말을 하고 나서야 돈 건넨 사실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어 "문씨에게 '왜 자꾸 죄송하다고 하느냐'고 물으니 문씨는 '끝까지 혼자서 안고가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문씨를 통해 'SLS그룹 구명 청탁'과 함께 이국철 회장(구속기소)으로부터 2009년 말부터 올해 7월까지 현금 5억원과 미화 9만달러, 500만원 상당의 카르티에 여성용 손목시계 1개 등 총 6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박씨는 금융당국의 제일저축은행 검사 강도를 완화시켜 달라는 청탁과 함께 유동천(구속기소) 제일저축은행장으로부터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씨는 이 외에도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모 토목회사 대표 김모씨로부터 총 1억1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혐의도 있다.
앞선 공판기일에서 박씨는 "상대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일을 해결해달라'고 말한 게 아니라 보험금 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다음 공판기일인 다음 달 27일에는 유동천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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