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원정기자] “미디어렙법을 제정하면서 MBC는 공영렙에 묶였고 SBS는 민영렙으로 빠졌다. 지상파방송에 대한 지금의 국내 논의는 현재 이 수준에서 동의가능한 상황이다. 재송신 제도 개선안도 이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상파 재송신 제도 개선 문제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의무재송신채널을 모든 공영방송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27일 재송신 분쟁 해법을 모색한 ‘2012년 미디어 산업포럼’에서 현행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의무재송신채널을 기존 KBS1과 EBS에서 KBS2와 MBC까지 넓혀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교수의 주장은 국내 지상파방송이 공영방송과 상업적 성격의 민영방송으로 대별되는 상황에서 공영방송에 차별적 역할을 부여하자는 목소리다.
최 교수 주장대로라면 의무재송신채널로 묶이는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3사는 재송신 대가 거래가 금지되는 대신 전국적 송출이 보장되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연말연초 불거진 방송 중단 사태를 더는 겪지 않아도 된다.
최 교수는 의무재송신채널을 KBS2와 MBC까지 넓히는 대신 SBS와 9개 지역민방의 경우 미국식 재송신 동의 제도를 도입, 의무재송신과 재송신 동의 가운데 하나를 고를 수 있도록 선택권을 부여하자고 말했다.
이는 SBS와 지역민방의 상업방송 성격을 인정한 것으로 SBS가 유료방송플랫폼사업자에게서 재송신 대가를 받겠다고 나설 경우, 협상 결과에 따라 플랫폼사업자는 SBS에 대한 전국 송출 의무를 지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SBS는 유료방송 PP와 동일한 위치에서 경쟁을 벌이게 된다.
당초 방송환경의 디지털 전환으로 촉발된 재송신 문제가 지상파방송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문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상파재송신 문제가 간단치 않은 이유는 지상파 수신 환경 제고를 유료방송플랫폼이 떠맡는 식으로 잘못 노정된 방송환경 자체에 뿌리를 두고 있는 데다, 해외 재송신 분쟁 사례 역시 나라별 처한 상황에 따라 해법을 제각기 다르게 찾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수년 동안 제도 개선을 공언했지만 지금도 5가지 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을 뿐 정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 교수 주장은 미디어렙법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 방안을 찾자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행 방송법은 수신료를 재원으로 삼고 있는 KBS1과 EBS만 의무재송신채널로 묶어놨기 때문에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3사의 ‘보편적 시청권 구현’과 ‘사적 거래’ 사이에서 사업자별 해석차를 유발해온 만큼, 공영방송은 무조건 의무재송신채널로 규정해 보편적 시청권이 위협받는 상황을 막자는 것이다.
특히 공영방송이면서도 수신료 재원은 없는 MBC의 모호한 정체성에 대해 최 교수는 “MBC에 공적 책무를 부여하는 것은 현행 논의 수준에서 누구나 동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렙법 역시 그 같은 논의 구조 속에서 MBC를 공영렙에 묶지 않았느냐는 설명이다.
이날 포럼은 미디어미래연구소가 주최한 것으로, 발제자와 토론자 공히 재송신 분쟁 해법의 제1 원칙이 보편적 시청권 확보에 있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또 재송신 분쟁은 단순히 방송사업자간 다툼으로 볼 수 없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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