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한때 법정분쟁으로 이어질 것 같았던 현대카드와 삼성카드의 표절시비 사태가 물밑 자존심 싸움으로 전환한 양상이다.
금융당국의 중재로 양측이 한 발씩 물러서긴 했지만 현대카드는 삼성카드의 때 늦은 답변에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고, 삼성카드는 현대카드에서 답변을 요구했기 때문에 늦게나마 발송한 것이라며 애써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카드는 전날 현대카드에 기존 현대카드의 '제로카드'와 서비스내용이 같은 '삼성카드4'의 발급을 중단하고 앞으로 상품 표절을 하지 말라는 내용의 공고문에 대한 답변서를 발송했다. 지난 27일 현대카드가 발송한 내용증명을 받은 지 8일 만이다.
삼성카드는 답변서에서 "삼성카드는 현대카드의 상품·서비스를 모방한 것이 없다"는 반박 내용이 포함됐다. 삼성카드는 삼성그룹 사내 게시판을 통해서도 '현대카드 억지주장에 대한 삼성카드 입장'이란 주제로 현대카드 주장에 대한 반박 내용을 게시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금감원의 중재로 논란이 종료된 상황에서 무슨 이유로 이 같은 답변을 발송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어이없어 했다.
그는 "소송도 철회된 상태로 사건이 더 확대되지 않을 것인지 알면서 '뒷북 대응'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답변이 늦은 것은 가맹점수수료율을 둘러싸고 자영업자와 타협하느라 시간이 걸린 것"이라며 "현대카드 측에서 보낸 내용증명에도 답변을 달라고 했기 때문에 (답변을)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카드는 아직 삼성카드 측의 답변을 직접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또다른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번 표절시비는 초등학생이 봐도 공감하는 내용"이라며 "답변을 보냈으니 확인은 해보겠지만 알 사람은 알고 있는 상태에서 현대카드가 반박하거나 조치를 취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카드와 현대카드의 '표절논란'은 그동안 업계 내에서 순위 신경전 등 수면 아래에서 곪아온 갈등이 표출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두 카드사 간 신경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