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비례대표 부정선거 사태로 격랑에 휩싸인 통합진보당의 내란이 장기화 될 조짐이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 당권파 당원들은 8일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 재검증을 위한 공청회를 단독으로 개최해 여론전에 뛰어들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굳은 표정으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 들어섰다. 앞서 사퇴를 거부한 김재연 청년비례 당선자, '기적의 풀'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김선동 의원과 함께였다.
이 대표는 "언제 우리가 책상머리에 앉아서 당원을 부정으로 몰았는가"라며 비당권파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행정부에서도 소명절차를 밟는다. 동료들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어 비당권파에서 공청회 참석을 거부한 것을 겨냥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오물을 뒤집어 씌울 때는 하루가 급하고, 소명의 기회를 줄 때는 일주일도 길지 않더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또 전국운영위원인 박창화 서울시당 공동위원장이 트위터에 올린 글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박 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정희대표님! 정말 너무 하십니다. 방금 중앙당 당직자로부터 이 대표의 지시사항이라면서 전국운영위 전자회의 참석 여부 확인요청이 있었습니다. 전국운영위원들의 양심을 이렇게 못 믿으세요? 인격모독입니다. 심한 모멸감이 듭니다. 제발 평정심을 찾으시길 바랍니다"는 글을 올렸다.
이는 지난 4일과 5일 밤을 새며 진행된 전국운영위원회에서 당권파의 물리적 방해로 비례당선자 총사퇴안 등을 표결하지 못하자, 이정희 공동대표의 사퇴로 사회권을 넘겨 받은 유시민 공동대표가 전자회의라는 묘책을 낸 것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그 전자회의에서 찬성을 던진 28명 전국운영위원이 본인이 직접 인터넷에 접속해서 100% 참여한 것이 맞는지 두개 이상의 업체에서 확인을 해 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박 위원장의 글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 대표는 "지금 당의 온라인투표 전체가 의심을 받고 있는데, 전자회의도 그럼 의심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가면, 공인인증서 등의 인증을 받으면 그 이후는 본인이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다. 그저 신뢰할 뿐이다. 그 신뢰를 0으로 내리고 컴퓨터 앞에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나. (전자회의가) 의혹이 없었다고 나는 말하지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총체적으로 부실한 관리 속에서 비례경선이 치러졌고, 그로 인해 조직적 부정선거 개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진상조사위원회를 꼬집은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권파는 시종일관 진상조사위의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분명한 부정의 증거는 없고 조사 자체가 부실한 상황인데 이석기·김재연 당선자가 사퇴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한편 백여명이 넘게 운집한 당권파 당원들은 한시간 삼십분 가량 이어진 이 대표의 항의가 끝나자 수십초 동안 열렬한 박수로 화답, 이 대표를 응원했다. 이들은 퇴장하는 이 대표에게 "대표님 힘내세요" 등의 말과 함께 이 대표의 두 손을 꼭 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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