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검찰의 갑작스런 압수수색이 비례경선 부정 사태로 파문에 휩싸인 통합진보당 내홍 국면을 일순간에 바꿔버렸다.
21일까지 이석기·김재연 당선자 등 버티던 비례후보자 4명이 사퇴하지 않으면서 이날 오전 10시 이후 출당 조치를 비롯한 강도 높은 쇄신책이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물거품이 된 것이다.
발단은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가 오전 8시15분쯤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의 고발로 통합진보당 중앙당사에서 압수수색을 벌이면서부터였다.
이에 국회에서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려던 강기갑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혁신비대위와 구당권파가 주축인 당원비대위는 즉각 중앙당사로 향해 검찰을 막고 나섰다.
검찰이 부정경선과 관련해 확보하려는 당원명부는 진성당원제를 근간으로 하는 진보정당에게는 심장과도 같다는 것이 이유다.
구당권파가 장악해 온 중앙당 당직자 인사를 단행하고, 사퇴를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출당 등 혁신을 위한 잰걸음을 옮기고자 한 혁신비대위도 뜻하지 않은 벽에 부딪힌 모습이다.
이정미 혁신비대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검찰은 당원 신상정보를 확보하겠다는 압수수색을 당장 중단하라"며 "당원명부 전체를 압수수색하겠다는 것은 검찰권력의 불순한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통합진보당 당원 전체의 신상을 확보하고, 당의 모든 정보를 권력기관이 갖겠다는 의도"라며 "검찰은 통합진보당 내부문제에 대한 개입을 즉각 중단하라. 강기갑 비대위원장을 포함한 모든 당원들은 검찰의 개입이 계속된다며 모든 힘을 다해서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사무총국 당직자 인선에 칼을 빼든 권태홍 공동집행위원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비대위가 6월말까지 산더미 같은 과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 지켜봐도 늦지 않은 일을 사전협의나 제출요구도 없이 월요일 출근 전에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중앙당에 진입한 것은 저의도 의심스렵고, 과도하고 무리한 개입"이라고 비난했다.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트위터에 "한마디로 검찰의 압수수색은 혁신비대위의 자정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이 상태로 가면 통진당의 자정은 물건너 가고, 검찰은 느긋하게 이 상태를 즐기며 부정선거에 공안사건까지 섞어 대선 때까지 우리고 또 우려먹을 것"이라는 글을 올려 검찰의 압수수색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야권연대로 19대 총선을 치른 민주통합당도 박용진 대변인 브리핑에서 "동의할 수 없다. 통합진보당당 내부의 문제"라며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중에 검찰이 섣부르게 개입하는 것이 오히려 일을 꼬이게 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과 각계의 이같은 시선에도 검찰은 밤을 새워서라도 압수수색을 마치겠다는 각오를 피력한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영장의 시한도 오는 27일까지인 것으로 알려져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한편 통합진보당은 지난 2010년 2월에도 전신인 민주노동당 중앙당사가 경찰에 의한 압수수색이 시도됐지만 당원들의 격렬한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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