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유연근무제요? 하라니까 하는 거지 의미 없어요. 야근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올해 공공기관의 유연근무제가 지난해보다 더 확대됐지만 공무원들의 업무 효율성은 개선이 되지 않는 등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015760), 한국철도공사 등 일부 대형 공기업에서는 여전히 유연근무제의 활용도 자체가 낮았고,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야근이 잦는 등 미진한 수준으로 조사됐다.
기획재정부가 24일 발표한 '2012년 1분기 공공기관 유연근무제 추진현황'에 따르면, 전체 286개 공공기관 중 183개 기관에서 1만6874명이 유연근무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종사자 대비 5.8%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기타 공공기관을 제외한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109개 공공기관에서 전체 종사자의 8.3%인 1만5217명이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것과 비교하면, 공공기관의 수가 늘어났어도 유연근무제의 활용도는 여전히 미흡한 것을 뚜렷이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발표한 '2012년도 공공기관 유연근무제 추진 계획'에 따라 제도상으로는 다양한 근무 형태가 보장돼 있음에도, 실제로는 업무 특성상 잦은 야근 등으로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2010년 11개 공공기관에서 유연근무제를 처음 시범실시 한 후, 지난해 말에는 2012년부터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서 기타 공공기관까지 대상 범위를 확대 실시한다고 발표했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특히 한전과 철도공사 등 일부 대형 공기업의 유연근무 활용이 저조했다. 한전은 0.02%의 수준인 31명만이 유연근무를 활용했고, 철도공사는 0.01%(37명) 수준에서 그쳤다.
한전 관계자는 "기술직이란 업무특성상 24시간 대기근무 형태이다 보니 야근이 많아 유연근무를 활용하기가 어렵다"며 "기술직이 아닌 사무직인 경우에도 유연근무제를 희망하는 자발적 신청자가 적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또한 이번달부터 기존 '9시 출근-6시 퇴근' 근무 형태에서 출퇴근 시간을 30분씩 앞당겨 '8시30분 출근-5시30분 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오후 5시30분 정시에 퇴근하는 공무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천안지역 외투기업 현장방문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수요일과 금요일은 정시퇴근이 잘 이뤄지는데 월·화·목요일은 여전히 야근하는 부서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재정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도 "업무특성상 일이 많아 오후 5시30분에 퇴근하기는 어렵다"며 "수요일과 금요일에는 5시30분 정시퇴근을 위해 그 전날 더 많이 일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재정부는 올해 2월부터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을 가정의 날로 지정해 정시 퇴근을 권장해 오고 있지만, 공무원들은 수·금의 칼퇴를 위해 그 전날 과다근무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실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유연근무제 활성화를 위해 노사발전재단 등 전문기관의 컨설팅을 통해 공공기관이 체계적 유연근무제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상반기 설문조사를 실시해 유연근무제 다양화 및 유연근무 활성화의 애로요인을 파악해 개선방안을 강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