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인천시와 경기도 용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정파탄 사례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지방재정난의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서울 을지로에서 14일 열린 국가재정운용계획 공개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패널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에 대한 책임이 중앙정부에 더 있는지, 지방자치단체에 더 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임성일 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과 지방의 역할분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도 중앙정부의 책임에 보다 무게를 뒀다.
임 연구위원은 "국가와 지방 양쪽이 모두 국민이자 주민"이라며 "과거 국가가 일방적으로 과도하게 부담하도록 했던 것을 정산해야 할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방재정이 덩치는 커졌지만 내용과 자율성은 증가하지 않았다"며 "지방세를 갖고 있지만, 지방세율을 조정하거나 과표를 조절해서 재정을 조달할 수 없는 구조이며, 국가가 복지수단을 운영하지만, 돈은 지방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에서 참석한 김정훈 조세연구원 재정연구본부장은 즉각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김 본부장은 "정산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지방마다 다르다. 서울은 국가가 오히려 세입을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국세의 지방이전이 아니라 지방세의 국세이전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방의 예산이 부족하고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국 예산은 부족하지 않은 곳이 없다. 투자의 우선순위, 재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방재정의 악화문제를 두가지 측면에서 구분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만수 한양대 교수는 "모든 지자체가 같은 재정압박을 받는 것은 아니다"며 "인천, 성남, 태백, 용인, 이런 단체들은 재정을 초과하는 사업을 하다보니 재정압박을 초래한 것이고, 보육료 등 사회복지 부분은 중앙정부의 정책에 의해 지출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 것이다. 두가지를 구분해여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이에 대해 "전시성, 선심성 사업이라는 것도 지역에 가보면 그것을 주민숙원사업이라고 한다"며 "정치적인 통제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방의회도 지역구 사업당겨가기 바쁘다. 여기에 중앙의 행정통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결국 지방과 중앙 모두 어느정도 책임이 있고, 그 틀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성은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보다는 지자체간, 즉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간의 구조문제가 재정문제를 더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최 연구위원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거주지를 확인해서 생계급여를 지급하거나 관련 사무를 보는 것은 동에서 한다. 광역단체의 역할이 거의 없는데도 재정부담은 반반으로 돼 있다"며 "결국 광역자치단체는 부유하고, 기초자치단체는 돈이 없는 사태가 발생한다. 구조적으로 개선할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견뎌내고 이겨내야 할 숙제이지 중앙정부가 재정을 보전해줄만한 여력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측 토론자인 오상우 기획재정부 행정예산과장은 "지방재정여건을 보면, 지방채 규모다 70%가 안되고, 중앙정부는 예산대비 130%나 된다. 중앙정부가 빚을 더 많이 지고 있다. 빚이 적은 지자체가 빚이 많은 중앙정부에 재정지원을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과장은 "특히 지방의 복지지출은 구조조정을 통해서 지자체가 감당해야 한다"며 "SOC만 하더라도 중앙은 세출구조조정을 해서 줄여가고 있지만, 지방은 매년 그 수준이다. 주어진 재정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분의 세출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지방이 구조조정을 감당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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