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종목에만 32개월간 629회 주식거래..과당매매로 불법행위"
대법, "충실의무 위반한 무리한 행위..고객 손해 배상해야"
2012-06-24 10:30:38 2012-06-24 10:31:37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증권회사 직원이 고객의 계좌를 이용해 한 종목에 대해서만 32개월간 600회 넘게 거래를 했다면 고객의 위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과당매매행위에 해당돼 고객이 입은 손해를 직원과 증권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박모(52)씨가 H증권과 직원 김모(45)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과당매매행위로 인한 불법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 김씨가 주식 한 종목만을 대상으로 약 32개월 동안 총 629회의 거래 한 점을 고려하면 거래량 면에서 과다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원심이 인정한 총 거래기간인 약 32개월 동안의 매매회전율은 2045.7%로 이것을 연 평균 매매회전율로 환산하면 766%에 이르므로 거래량 측면에서 과도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피고 김씨의 거래내역을 봐도 고가매수 후 저가매도의 단기매매가 상당히 있고, 고가매수 후 저가매도가 아닌 경우에도 단기매매에 치중함으로써 주식을 매수했다가 매수가격보다 약간 높은 가격에 매도하더라도 거래수수료와 증권거래세 등 비용을 공제하고 나면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없는 거래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피고 김씨가 행한 것처럼 투자원금 전부를 특정 한 종목에만 투기적인 단기매매를 감수할 정도로 투기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볼 자료는 없다"며 "이런 사정 등을 종합하면 피고 김씨의 행위는 전문가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없으며, 충실의무를 위반해 고객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한 결과  원고에게 손해를 입힌 것이므로 과당매매행위로서 불법행위"라고 판시했다.
 
박씨는 2006년 3월 김씨의 권유로 증권계좌를 개설한 뒤 모두 3억2600을 입금했다. 김씨는 박씨의 계좌를 통해 코스닥 등록사로 학습지 회사인 C사의 주식을 매매했으며, C사는 2007년 11월 자원개발 사업체인 P사를 흡수합병한 뒤 회사명을 P사로 바꿨다.
 
김씨는 이후 2008년 11월까지 P사의 주식을 매매했으나 P사가 가공매출·허위공시 등으로 문제를 일으키다가 2009년 5월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 돼 주식이 가치를 잃게 됐다. 이에 박씨가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김씨가 박씨의 계좌를 이용해 거래한 횟수가 다소 많지만, 대부분은 동일한 주식을 같은 날 매매하면서 수회로 분할해 거래했기 때문에 거래횟수가 많아진 것이고, 계좌 손실이 발생한 이유도 P사의 상장폐지였기 때문에 김씨에게 보호의무·충실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며 박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박씨가 상고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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