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우리금융 민영화 '빨리' 보다 '잘'해야
2012-07-20 16:48:40 2012-07-20 16:49:19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어떤 방법으로라도 팔아야 한다"
 
시장골목에서 저녁 늦은 시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남은 물건을 떨이에 파는 장사꾼의 얘기가 아니다. 놀랍게도 한 나라의 금융정책기관 수장이 금융지주회사를 매각하겠다며 한 발언이다.
 
사회적인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 말기에 졸속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이유도 의심스럽다. 정권 말 특정 세력에게 특혜를 주기 위함인지, 현 정부의 구멍난 재정을 채우기 위함인지 시장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국민 부담으로 조성된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우리금융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민영화를 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각에서 제기한 의혹에 대해서는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글로벌 70위권 은행이 정부에 10년 이상 귀속돼 있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판단 하에 민영화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것 뿐, 매각 방안이나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면 우려할 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 우리금융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예보채 상환기금으로 일반 국가재정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재정 돌려막기 차원은 절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문제점은 조속히 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울 뿐 모두가 합리적으로 공감할 만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시장에서 가장 무게를 두는 민영화 방안은 합병이다. KB금융과의 합병안이 가장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산은금융지주까지 포함된 삼각빅딜안도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은행간의 합병이 시너지 보다는 역효과가 클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병할 경우 직원수는 총 5만명에 달하고 점포수는 2000개가 넘어 대규모 구조조정 없이 시너지를 기대할 수는 없다.
 
만약 은행 규모를 키워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겠다면 국내은행 간 합병이 아닌 해외 법인 인수가 맞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해외 진출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현지화에 있지 않은가.
 
합병 이외에 유력한 방안으로는 사모펀드 인수가 꼽힌다. 하지만 이 역시 반대 목소리가 크다.
 
은행이 가지는 공공성을 무시하고 투기자본인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갖는 것은 또 다른 금융불안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자본에도 같은 자격을 주겠다는 방침이 나오면서 해외투자가들로 구성된 사모펀드가 나설 가능성도 부각돼 '론스타 먹튀'가 또 다시 재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최근 인수합병과 사모펀드 인수의 대안으로 국민주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지분의 안정성을 확보하며 민영화하는 동시에 국민의 은행 지배구조 개입으로 은행의 공적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주 방식으로 진행될 경우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의 재산 피해 우려가 있다. 이를 침해하면서까지 국민주 방식으로 진행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당국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방향 등의 3대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시점상 우리금융의 주가 수준은 장부가에 크게 못 미쳐 이대로 매각할 경우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
 
또 현재 나와있는 매각 방안들이 각각의 문제점이 노출되어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매각 추진은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당국은 3대 원칙이 있음에도 빠른 민영화라는 원칙만 내세워 정권말 무리하게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다음 정권에서 또 다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오늘 팔지 못하면 썩어 버려야 하는 풀빵이 아니지 않은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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