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70)가 검찰에 전격적으로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검찰의 고민이 깊어졌다.
검찰 관계자는 1일 전날 이뤄진 박 대표 조사에 대해 "체포동의요구서에 적시된 기본적인 사항만 조사했다. 시간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가 검찰에 출석할 경우 실시하려고 했던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구속기소) 등과의 대질은 시도조차 못했다.
검찰이 체포동의요구서에서 특정한 박 대표의 혐의는 2007년 가을쯤 임 회장으로부터 정치자금 명목으로 3000만원을 받은 것과 2008년 3월 추가로 2000만원 수수, 2010년 보해저축은행 오문철 은행장(59·구속기소)으로부터 검찰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3000만원 수수 등 모두 800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정치자금법 위반, 오 은행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사실에 대해서는 특가법상 알선수뢰 혐의를 두고 있다.
당초 검찰은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것을 기대하면서도 부결될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어떤 상황이 오든 박 대표를 끝까지 수사한다는 것을 대원칙으로 하고 있었다.
지난 30일 박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직후 대검찰청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 관계자는 "이제 레이스가 시작됐다. 이 마당에서 꽁지내리고 물러설 수 없다"면서 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시사했다.
대검찰청의 다른 관계자도 "체포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은 사후구속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의 시나리오 중 가장 우선순위가 높았던 것은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라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박 원내대표를 조사한 뒤 사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었다.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48시간동안 신병을 확보하고 조사를 할 수 있고 그 시간 내에 곧바로 영장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대법원 재판예규인 '인신구속사무의 처리에 관한 예규'에 따라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국회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때문에 야당의 주도로 8월3일에 이어 바로 임시국회를 열어도 검찰로서는 박 대표를 구속 수사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박 대표는 이번 자진 출석으로 체포동의요구서의 효력을 사실상 없애는 동시에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차단시켰다.
법원 관계자도 "이번 경우는 박 대표가 체포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두언 의원과 똑 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또 검찰 조사에 앞서 이미 주도권을 잡았다.
그가 조사에 들어간 직후 검찰 관계자는 "박 대표가 나간다면 지금이라도 나갈 수 있다. 조사에서 혐의가 확정돼도 긴급체포를 할 수도 없다"고 답답해했다.
검찰은 박 대표에 대한 추가소환을 검토 중이지만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이미 한번 나와서 10시간 이상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이라는 주장이 더 힘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국회에 보낸 체포동의서를 철회하지 않고 표결을 받아보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회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체포동의서상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표결이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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