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대법관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대법관님, 그리고 법원 가족 여러분!
대법관으로서 임기를 시작하는 저희들을 축하하고 격려하기 위하여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대법원장님과 귀한 시간을 내어 참석하신 대법관님을 비롯한 법원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여러 모로 부족한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훌륭한 가르침을 주시고 따뜻한 격려와 성원을 아끼지 않으신 모든 분들께도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감사를 드립니다.
대법관으로 임명된 것은 저에게 과분한 영광입니다만, 대법관이라는 지위가 주는 무게감과 책임감이 또 다른 두려움을 안겨주고 있음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저는 오늘 대법관으로 임기를 시작함에 있어 28년 전 처음 법관으로 임용되어 법복을 입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아무리 작게 보이는 사건일지라도 거기에는 당사자의 모든 삶이 걸려 있음을 잊지 않고, 그들이 간절히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혹여 억울함이 없는지 그들의 시각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여 보겠습니다. 인간에 대한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사건 하나하나에 임하고, 정확한 쟁점과 갈등의 근원을 찾아내며, 빈틈없는 논증과 끊임없는 고민을 통하여 합당한 결론을 도출함에 소홀함이 없도록 열과 성을 다하겠습니다.
갈수록 복잡해지고 이해관계의 대립이 깊어지는 우리 사회에서 대법원의 가장 큰 역할은, 구체적 분쟁에 있어서 법률의 최종적 해석⋅적용을 통하여 과연 무엇이 법이고 무엇이 정의인지를 선언함으로써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여 우리 사회를 보다 나은 사회, 보다 성숙한 사회로 이끌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주권자인 국민의 참된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고뇌하여, 우리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지켜 나가면서도,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생각만이 옳다는 독선에 빠지는 우(愚)를 범하지 않도록 늘 살피겠습니다.
인간의 존엄성 문제와 결부되는 법과 정의의 근본 물음에서 다수결의 원칙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다수의 의사라는 이름 아래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그들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는 데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저는 여건이 허락한다면 기꺼이 대법관으로서 직접 국민과의 소통에 나섬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얻는 일에도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훌륭하신 대법관님들과 함께 저에게 부여된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여 나아가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제가 대법관으로서의 소명을 잊지 않고 직분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변함없는 가르침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바쁘신 가운데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면서,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평화가 항상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 8. 6.
대법관 고 영 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