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오세호기자] 맹렬했던 폭염은 한 풀 꺾였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땅에는 가뭄, 물에는 녹조와 적조가 겹쳐 농축산물과 수산물의 생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혔고, 식탁물가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9일 노량진수산시장 등에 국내산 낙지와 대표적 양식어종인 숭어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실제로 지난 1일 기준 감숭어의 시세는 1kg당 5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 상승한 가격에 거래됐다. 참숭어도 1kg당 6000원에 거래돼(1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00% 상승했다.
국내산 활낙지도 지난 1일 기준으로 1kg당 19000원에 거래돼 지난해 같은 기간의 14000원 보다 26%나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수산물 가격 상승은 폭염에 따른 바닷물 고온 현상 및 적조현상이 나타나면서 생산환경이 악화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낙지 주요 생산지인 고흥과 목포 등에서 폭염으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하고, 적조현상이 확산됨에 따라 지난 5일 여수시 돌산읍 주포리 육상양식장에서 돌돔 8만6000마리가 폐사하는 등 수산물 생산 환경악화가 수산물 가격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임월애 국립수산과학원 수산해양정보과 연구사는 "낙지는 고온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관련이 있고, 적조현상으로 치어 양식장에 피해가 있었다"며 "경남 남해에는 경보를, 여수와 통영, 거제 등 대부분의 해역에 주의보를 내리고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폭염은 축산물 가격도 밀어올렸다.
특히 육계는 폭염으로 인한 폐사와 성장 부진으로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한국계육협회에 따르면 이날 육계생계(1kg/대) 시세는 2390원으로 전일보다 100원 상승했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의 가격보다 110원 올랐다.
이재하 한국계육협회 부장은 "폭염으로 인한 폐사도 관계가 있겠지만 가장 큰 문제는 더워서 닭이 잘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육계 가격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의 기후변화도 국내 농축수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가뭄과 폭염을 겪고 있는 미국의 경우 곡물생산 타격으로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데, 미국산 옥수수를 사료로 사용하고 있는 국내 축산농가의 생산비 부담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의 지난 7일 보도에 따르면 미국 농무부는 오는 10일(현지시간) 공개할 보고서에 올해 옥수수 작황 전망치를 15% 축소할 예정이다.
전 세계 옥수수 수출 물량의 절반가량을 담당하는 '옥수수 대국'인 미국의 옥수수 작황은 국제 곡물가격에 곧바로 반영된다.
정규선 축산유통연구소 소장은 "최근 폭염으로 폐사와 축산물의 더딘 성장 등이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국제 곡물가격 상승은 당장은 아니지만 양축농가에게 생산비 원가 부담으로 작용해 향후 악재로 작용해 축산물 가격 상승 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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